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A씨(68)가 128일 만에 퇴원했다. 몸은 정상을 회복했지만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과 불안함을 안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A씨는 의료진의 퇴원 축하파티 제의도 거부했다. “사랑을 나누며 제2의 인생을 살라”는 격려에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1번 환자 A씨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5일 퇴원했다고 1일 밝혔다. 5월 20일 확진 판정을 받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지 128일 만이다.
의료원에 따르면 A씨는 본인이 메르스 사태를 초래한 첫 환자라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워낙 중환이어서 처음에는 A씨에게 (첫 환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본인이 상황을 알게 됐고, 인터넷에서 댓글을 읽으면서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메르스 피해가 일파만파 커진 데 대해 크게 괴로워했다고 한다. 안 원장은 “안 좋은 상황이 많이 벌어진 데 대해 본인이 너무 마음 아파하고 있다. 그런 마음이 다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퇴원 소식이 알려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의료원의 다른 관계자는 “A씨가 외부에 퇴원 소식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퇴원 축하파티를 열어주려 했지만 본인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A씨는 ‘집에 찾아가겠다’ 등의 인터넷 댓글을 접한 뒤 상당한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퇴원 당시 안 원장은 A씨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저희 의료진이 보여드린 것처럼 모든 분과 사랑을 나누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정말로 그렇게 하겠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A씨는 지난 4∼5월 바레인에서 농작물 재배 작업을 하며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머물렀고 카타르를 거쳐 귀국했다. 메르스 판정을 받기 전인 5월 15∼17일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이 병원 환자, 의료진, 방문객 가운데 메르스 환자가 잇따라 나왔다.
A씨는 5월 말 폐렴 증상이 악화돼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가래를 뽑아낸 의료진의 노력 덕에 증세가 호전됐다. 6월 중순 여러 차례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고 6월 29일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한편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유일한 메르스 양성 환자였던 80번 환자(35)가 이날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종식 기준에 따라 4주(28일) 뒤인 오는 29일 자정 메르스 완전 종식을 선언한다.
관리대책본부는 “80번 환자가 지난달 30일과 이날 1·2차 바이러스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면서 “이로써 A씨로부터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더 이상 없다”고 밝혔다.
80번 환자는 지난 6월 7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116일간 서울대병원에서 격리 치료 중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메르스 양성이 유지된 사례로 보건 당국은 보고 있다. 의료진은 “80번 환자의 면역 이상 기저질환이 감염을 제거하는 데 지장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현재 메르스에 감염된 뒤 입원 치료 중인 환자는 80번 환자를 포함해 5명이다. 다른 4명은 메르스 검사에선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다른 후유증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도 이 중 한 명이다. 2명(74·152번 환자)은 상태가 불안정하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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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2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