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억연구단 강봉균 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은 뇌의 ‘해마’에서 장기기억 형성 과정에 유전자 억제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2일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뇌의 양쪽 측두엽에 있는 해마는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특수 제작한 통 안에 넣고 전기충격을 줘 공포 경험을 학습시킨 뒤 쥐의 해마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합성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장기기억 형성 때 해마에서 전체적인 단백질 합성 효율이 예상과 달리 낮게 유지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학습 직후 5∼10분간은 ‘Nrsn1’ 등 다수 유전자로부터의 단백질 합성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인위적으로 ‘Nrsn1’의 발현량을 늘리자 장기기억이 잘 형성되지 않았다. ‘Nrsn1’ 같은 유전자가 ‘기억 억제자’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이런 역할을 하는 유전자 20여개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치매처럼 기억을 잘하지 못하는 질환뿐 아니라 특정 사건·경험에 대한 기억이 너무 강렬해 생기는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이나 우울증, 불안장애, 마약중독 같은 각종 뇌질환 치료법의 ‘목표 유전자’를 찾는 데 새로운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해마’ 장기기억 형성, 새 메커니즘 찾았다
입력 2015-10-02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