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산업 육성 경쟁] 新성장동력 떴다, 지자체들 공중전

입력 2015-10-03 02:47
지난 6월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에서 해양구조 멀티콥터(S-200)가 인명구조 시연을 하는 모습(왼쪽 사진). 지난달 3일 울산시 울주군 신암항에서 열린 '드론 활용 적조 예찰 시연회'에서 바닷물을 채취하는 드론. 연합뉴스

드론은 다양한 분야의 산업과 융합하면서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다.

불과 10여년 사이에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든 드론의 활용영역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다. 산림·농경지 생태와 수질환경·하천·해안 조사, 지적·항공 측량, 자원탐사, 토목공사 관리, 문화재 복원, 지형도 제작, 재난·재해 현장 등에서 당장 유용하다. 드론이 끝없는 변신의 귀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인기체와 지상통제 장비, 비디오 송수신 장치, 데이터링크로 구성된 드론의 활동 무대는 군사 목적의 방위산업은 기본이고 농약 살포와 방송, 토지측량, 인명구조 등 농·상업, 공공부문, 재난 현장을 가리지 않는다. 정부는 이 같은 시대적 추세에 뒤지지 않기 위해 2023년까지 2600억원을 투자해 세계 3위권의 드론 강국으로 올라서겠다고 선포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현재 한국이 세계 7위권의 기술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에 따라 21세기 미래 산업으로 떠오른 드론 활용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드론의 설계와 생산을 전담할 특구와 실용화 지원센터를 조성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드론 산업 육성에 관한 청사진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구시, 생활밀착형 드론 개발 착수

대구시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2020년까지 국비 180억원 등 25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 드론 활용 기술기반 구축사업’을 벌인다고 1일 밝혔다. 이전을 앞둔 경북도청 내 건물을 개축해 비행테스트 공간과 스마트드론센터 등이 입주할 드론 단지를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산불감시와 화재진화 등 안전·방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밀착형 드론 개발이 1차적 목표다. 스마트 드론은 사람이 원격 조종하는 초기 드론에 비해 진화된 형태를 일컫는다. 목표 지점을 미리 설정하면 자동 비행으로 맡겨진 특정 임무를 수행한다.

대구시는 스마트드론단지와 ‘경량 항공기 이착륙장’ ‘고속 수직 이착륙 무인항공기 개발’ 등 기존 무인항공 사업들을 효율적으로 연계해 대구 국가산업단지 인근 낙동강변에 무인항공기 집적단지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대구시 최운백 창조경제본부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드론 시장을 선점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도 드론의 연구와 제조·판매를 전담할 드론 산업 특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수원시는 국내의 대표적 완구용 드론 제조업체와 드론 관련 협회가 위치해 있는 데다 삼성전자 등의 기술적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다. 시는 넓은 광교 호수공원과 광교 저수지를 드론 비행자유구역으로 선정해 드론 동호인들의 취미활동을 돕기로 했다.

물류운송 등 각 분야로 급속히 확산 중인 국내 드론 시장을 이미 선도하는 만큼 현재 보유한 독자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면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드론 관련 업체 창업 지원

드론 산업 유치에 공을 들여온 부산시는 내년에 380억원을 들여 ‘드론 실용화 촉진 지원센터’를 설립한다. 부산테크노파크에 들어설 지원센터는 드론 설계·생산 업체의 창업을 다각도로 지원하게 된다. 부산시는 지원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1976년 문을 연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 등 항공산업의 튼튼한 토대 위에서 드론 산업이 꽃을 피우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산시는 앞서 지난 7월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한 대책회의에서 민관 합동 실무 TF팀을 구성했다. 부산시는 그동안 해운대해수욕장 모래투입량 산정과 안전관리에 드론을 활용하는 등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꼽히는 드론의 산업화에 관심을 쏟아왔다.

부산에서는 내년부터 ‘부산 국제 드론 전시회’와 ‘국제 드론 레이싱 대회’ ‘드론 활용 인명구조 경진대회’ 등이 열린다.

부산시 관계자는 “항공부품 생산 등에서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드론 산업이 뿌리내리는 데 손색이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북, 다기능 농업용 드론 개발 집중

전북지역은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농도의 특성을 살려 농업용 드론 산업 육성에 매달리고 있다. 전북대 등이 출자한 전북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가 국내 유명 드론 제조회사와 손잡고 농약과 비료살포, 제초작업까지 가능한 다기능 농업용 드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형 모델로 개발 중인 농업용 드론은 전봇대 등 장애물을 피하기 쉽고 조종이 무척 편리한 데 비해 기존 무인 헬리콥터에 비해 가격이 대폭 저렴해 시장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지역에서는 지난 7월 국내 농업용 드론 시장의 35%를 점유 중인 유력 업체가 제2의 도약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확정했다. 전북혁신도시에는 농촌진흥청과 산하 농업 관련 기관들이 잇따라 입주해 첨단 농업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드론 산업 육성과 드론 업체 지원을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경기도의회는 ‘경기도 무인항공기(드론)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조례안은 도지사가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고 추진실적을 1년마다 평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 드론 산업진흥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드론의 저변 확대를 위해 드론 연구자에게 필요한 행정적 경제적 지원과 함께 드론 산업진흥센터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행정업무에 드론 적극 도입

서울시도 지난 7월 말 드론 전문가 초청 간담회를 갖고 각종 행정업무에 드론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8월에는 드론 2대를 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에 배치하고 광나루 비행연습장에서 현장 투입에 대비한 교육훈련을 하고 있다. 시는 실시간 영상 송출시스템이 탑재된 드론을 내년부터 고층건물 화재나 화생방 지역 등 구조대원 접근이 어려운 재난현장 상황파악과 산악사고 등의 실종자 수색에 투입하기로 했다. 열화상카메라를 장착한 공중수색용과 구명줄 응급의약품 등 구조물품 운반용 등 특화 드론도 순차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밖에 강원도가 지난달 12일 대관령 삼양목장 일대에서 드론 영상 공모·촬영대회인 ‘대한민국 드론의 날, 강원도다’ 행사를 개최하고 충남도와 경북도가 드론 축제와 드론 엑스포 개최를 추진하는 등 다른 지자체들도 드론 산업 진출에 열기를 내뿜고 있다.

한국ICT융합협동조합 김창식 이사장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드론을 규제하자는 시각과 자유비행을 보장해 드론 산업 발전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며 “ICT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드론은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