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40년 만에 일반 공개… 70년대 대통령 대피 시설 추정

입력 2015-10-02 02:17
1일 언론에 공개된 서울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에서 취재진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는 1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주말을 이용해 비밀벙커 시민 체험행사를 갖는다.연합뉴스


냉전시대였던 1970년대 대통령 긴급 대피시설로 추정되는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가 40년 만에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서울시는 1일 영등포구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지하 비밀벙커에서 벙커의 역사와 활용계획 등을 밝히는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지하 벙커는 서울국제금융센터와 여의도버스환승센터 사이 지하 7∼8m 아래에 있는 793㎡규모 대피시설로 2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다. 2005년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 때 우연히 발견돼 존재가 알려졌다.

벙커는 VIP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방(약 66㎡)과 큰 방(약 595㎡)으로 이뤄져 있었다. 작은 방에는 화장실, 소파, 샤워장이 있었고 넓은 방에는 기계실과 화장실, 철문으로 굳게 닫힌 2개의 출입문이 딸려 있었다.

시 관계자는 “언제, 누가, 왜 만들었는지는 물론 소관부처와 관련된 자료도 전혀 남아있지 않다”며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1977년 초에 조성된 것 같다”고 밝혔다.

1974년 육영수 여사가 피격됐고 북한이 정밀도가 향상된 프로그5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대통령 긴급 대피시설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는 여의도 5·16광장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매년 국군의 날 행사가 열렸고 비밀벙커는 사열식 단상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다.

시는 냉전시대의 산물인 이 벙커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시는 지난 3월부터 현장조사, 정밀점검, 안전조치 등을 거쳐 벙커를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지하 벙커 작은 방에는 여의도와 비밀벙커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물이 설치돼 있다. 발견 당시 있었던 소파도 복원돼 놓여 있다. 큰 방에는 발견 당시와 서울시의 안전조치 이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사진이 전시돼 있다.

시는 1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토·일요일에 한해 벙커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시민 체험행사를 열 예정이다. 희망자는 지하 비밀벙커 홈페이지(safe.seoul.go.kr)에서 1일 오후 3시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신청하면 된다. 대상자는 8일간 총 40회 1200명으로 선착순 선발된다.

시는 또 비밀벙커 홈페이지를 통해 벙커에 관한 제보와 아이디어를 수렴해 활용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 10월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김준기 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지하벙커의 역사적 특징을 보존하면서도 지역적 여건을 고려한 시민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