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은행열매의 계절이 돌아왔다. 길바닥을 뒤덮은 은행열매를 밟는 날에는 하루 종일 신발 주변에서 악취가 떠나지 않는다. 얼마 전만 해도 은행열매가 떨어지기 무섭게 주워갔지만 최근 들어 은행열매는 지방자치단체와 상인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시민들은 왜 은행열매를 줍지 않을까. 중금속이 잔뜩 들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해서다. 관련 문의가 잇따르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3년부터 은행·감·사과 등 전국 가로수의 과실을 대상으로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로수 과실의 오염도는 모두 기준치 이하”라며 “토양이나 수질오염으로 중금속에 노출될 수 있지만 열매에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열매는 계속 외면 받고 있다. 서울시내 각 자치구의 은행열매 줍기 행사에는 발길이 줄고 있다. 지난해 이 행사를 개최한 곳은 25개 자치구 가운데 11곳뿐이었다. 호응도가 낮아서 송파·강북·중구 등은 올해부터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각 자치구는 ‘은행열매 채취 기동반’을 구성해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 수거한 은행열매는 복지관이나 푸드마켓 등에 무상으로 기증된다. 중구 관계자는 “지난달에 1차로 수거한 은행열매는 아직 다 여물지 않아 폐기처분했다”며 “이달에 2차 수거를 하고 나면 까서 말린 뒤에 대한노인회에 기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매년 가을 수거하는 은행열매는 서울시 전체로 4t가량에 달한다. 서울시내에 있는 은행나무 11만4060그루(2014년 기준)에서 쏟아내는 것이다. 은행나무는 전체 29만3389그루의 가로수 중 가장 많은 나무다.
은행열매가 ‘불청객’으로 떠오르자 서울시는 새로 낸 도로에 가로수를 심을 때 최대한 다양한 수종을 선택하려고 한다. 은행나무를 심을 때에는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를 심고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가을 불청객’ 은행열매… ‘거리 악취’ 아무도 주워가지 않는 골칫거리
입력 2015-10-02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