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50일 된 딸을… 천륜 버린 엄마

입력 2015-10-02 02:59
30일 서울 양천구의 한 다세대주택 화장실에서 생후 53일 된 여자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기는 물이 담긴 찜통에 상반신이 빠져 발버둥치다가 숨졌다. 53일 아기에겐 몸을 가눠 찜통에서 빠져나올 힘이 없었다.

아기를 스테인리스 찜통에 빠뜨려 숨지게 한 사람은 어머니 김모(40)씨였다. 김씨는 전날 저녁 남편 유모(41)씨와 크게 다퉜다. 평소에도 사이가 썩 좋지 않았던 부부는 아기를 낳고부터 양육 문제로 다투는 일이 더 잦아졌다. 유씨는 부부싸움 도중 홧김에 “이혼하자. 딸은 내가 키우다 못 키우겠으면 보육원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결혼한 지 13년 만에 겨우 얻은 귀한 딸이었다. 아기를 보육원에 맡기겠다는 남편의 말이 김씨의 귓가를 맴돌았다. 30일 오전 7시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김씨는 아기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물에 빠뜨리는 것이 자신과 딸, 모두에게 덜 괴로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물을 받은 찜통에 아기의 상반신을 빠뜨린 뒤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를 버려두고 화장실 문을 닫았다.

남편에겐 “딸은 내가 좋은 데로 데려갈게.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우리 가정은 이렇게 끝나네. 미안해”라는 메모를 남겼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남편 유씨는 화장실 앞에서 김씨의 메모를 발견했다. 화장실은 확인하지 않은 채 집에 아무도 없자 가출 신고를 하기 위해 주변 파출소로 나섰다. 그러던 차에 김씨로부터 ‘죽겠다’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유씨의 부탁을 받은 동생이 김씨의 집으로 가서 화장실에 숨져 있는 아기를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공중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인천 소래포구에 있던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물에 빠져 죽을 작정으로 소래포구로 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자신의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어머니 김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방침이다. ‘비정한 엄마’ 김씨는 식사도 거른 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