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교단 총회 결산] <3> 여성정책 ‘제자리걸음’

입력 2015-10-02 00:41
한국기독교장로회 양성평등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17일 강원도 원주 영강교회에서 열린 제100회 총회 폐회예배에서 ‘성평등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기장 제공

주요 교단 9월 총회가 마무리됐지만 한국교회의 여성을 위한 정책에는 큰 진전이 없었다. 일부 교단 총회에서 여성 총대 할당제, 여성 안수건 등이 또다시 부결되면서 한국교회 여성들은 높은 벽을 절감해야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채영남 목사)은 9월 총회에서 여성 총대 할당제 등 여성 관련 안건을 부결시켰다. 여성 총대 할당제 안건은 ‘총회 총대 20명 이상을 파송하는 노회는 여성 목사 1인, 여성 장로 1인을 총대로 선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회의에선 보고자가 안건을 다 읽기도 전에 “아니요” 등의 고성이 총대석에서 쏟아졌다.

예장통합 여성위원회는 교회여성을 위한 장기적 사역을 위해 여성위를 특별위원회에서 상설위원회로 승격할 것을 청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대신 총회 기구개혁위원회에서 이 안건을 1년간 연구하기로 했다. 특별위인 여성위는 현재 고정적인 예산과 직원 등을 총회로부터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예장고신(총회장 신상현 목사)은 지난해 제64회 총회에서 여성 안수(장로·권사)를 연구키로 결의해 올해 총회에서 다시 논의했지만 ‘불가’로 결론 냈다.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는 연구보고서에서 ‘구약에 여성안수에 대한 성경적 근거가 없고 신약에도 여자를 안수해 직분을 맡긴 경우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장합동과 합신 등 총회에선 여성 관련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반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최부옥 목사)는 지난달 제100회 총회에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성평등선언문을 채택했다. 양성평등위원회가 헌의한 여성 총대 참여비율 증대 안건도 통과시켜 여성 총대가 4명 늘어났다. 총회의 주제를 정하는 총회주제위원으로 여성위원 1명을 추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서 위원을 공천하며 ‘인사부’ 역할을 하는 공천위원회에 여성위원 1인을 할당해 달라는 헌의안은 기각됐다.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하던 예장백석과 불허하던 예장대신이 통합해 새로 출범한 예장대신(총회장 장종현 목사)의 경우 추가 논의를 거쳐 여성목사 안수가 교단 전체로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장백석은 2011년부터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해 지금까지 150여명의 여교역자가 목사 안수를 받았다. 통합에 참여한 대신 측의 한 목회자는 “통합총회의 법제위원회에서 여성목사 안수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여교역자회연합 총무 이혜진 목사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교회에선 아직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아 젊은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면서 “교회는 여성 등 약자를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여성 목회자들은 뜻있는 남성 총대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영 김나래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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