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금융과 노동 부문의 평가가 가장 낮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관료 부문 경쟁력의 하락 폭과 수준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WEF가 발표한 ‘2015∼2016년 국가경쟁력 순위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40개 나라 가운데 26위에 올랐다. 12개 부문 가운데 제도적 요인(69위), 노동시장 효율성(83위), 금융시장 성숙도(87위) 등 3개 부문이 순위를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문별 세부 항목 평가를 보면 제도적 요인 가운데 정부의 경쟁력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책 결정의 투명성은 123위, 정부 규제의 부담은 97위,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 및 정부 지출의 낭비 지표는 각각 80위와 70위로 나타났다.
이들 순위를 우리나라의 WEF 국가경쟁력 순위가 역대 최고인 11위였던 2007년과 비교해 보면 정부의 경쟁력이 얼마나 급전직하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정책 결정의 투명성은 34위(올해 123위),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은 15위(80위), 정부 지출의 낭비는 22위(70위), 공공자금의 전용은 26위(66위) 등이었다. 지난 수년간 공무원들의 업무 기강과 직업윤리가 해이해졌고, 이런 추세가 국가경쟁력을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나라 행정부의 경쟁력은 일본은 물론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에 비해서도 뒤처지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공, 교육, 노동, 금융 등 4대 부문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WEF 국가경쟁력 보고서의 부문별 순위를 한 근거로 들었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 과제의 하나로 임금피크제 확산을 추진하면서 ‘공무원에 대해서는 임금피크제를 왜 시행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를 얼버무리고 넘어간 것은 자가당착이다. 민간 부문의 개혁 의지가 추진력을 얻으려면 우선 정부부터 초심으로 돌아가 자체 개혁에 나서야 한다.
[사설] 국가경쟁력 하락엔 행정부 경쟁력 추락도 한 원인
입력 2015-10-02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