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취임 이후 3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1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열린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제작발표회를 통해서다.
김 단장은 “단순히 단장 취임 이후 첫 작품이라기보다 국립오페라단이 해외 오페라극장과 마찬가지로 시즌제(2015-2016 시즌)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뒤 공연하는 첫 작품으로서 의미가 더 크다”며 “사실 ‘진주조개잡이’는 취임 전에 이미 직원들이 준비해왔던 것으로 나는 숟가락 하나만 얹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15∼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진주조개잡이’는 ‘카르멘’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1838∼1875)의 초기 작품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콘서트오페라 형식으로 몇 차례 소개된 적은 있지만 정식 공연은 처음이다. 고대 실론섬(지금의 스리랑카)을 배경으로 무녀 레일라와 진주조개를 잡는 두 어부 나디르와 주르가의 삼각관계를 그린 이 작품은 1863년 초연 당시에는 단순한 대본 때문에 평단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귀에 익은 그대 음성’ ‘신성한 사원에서’ 등 비제의 매혹적인 아리아 덕분에 점점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됐다.
이번 한국 공연은 모나코 몬테카를로극장장인 장-루이 그린다(프랑스)가 연출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상임지휘자 주세페 핀치(이탈리아)가 지휘를 맡았다. 그리고 멕시코 테너 헤수스 레온과 김건우가 나디르를, 바리톤 공병우와 제상철이 주르가를 각각 연기한다. 레일라 역에는 프랑스 소프라노 나탈리 만프리노와 홍주영이 나선다.
한편 제작발표회에서는 ‘진주조개잡이’보다 김 단장에게 관심이 더 집중됐다. 부임 당시 성악계 일부로부터 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공격을 당했던 김 단장은 그간 국립오페라단의 비전이나 향후 운영계획에 관한 발표 없이 대대적인 공개 오디션을 실시하면서 예술계에 궁금증을 일으켰다.
김 단장은 “‘진주조개잡이’를 소개하는 자리이니 저 대신 작품에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제가 담배를 많이 피는 편인데 지난 3개월간 국립오페라단에서 담배 피울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게 일했다. 나중에 따로 국립오페라단 운영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단장은 국립오페라단의 비전과 관련해 “성악가, 지휘자, 연출자 등 오페라 관계자들을 모두 포용하는 한편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상 국민이 소외되지 않는 국민의 오페라단을 만들겠다”며 “국립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오페라단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 제작진과 공동 제작, 페스티벌 참가 등 다양한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 “국민의 오페라단 만들겠다” 포부
입력 2015-10-02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