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은 더 높이고 가격은 내리고… LG전자의 ‘스마트폰’ 승부수

입력 2015-10-02 02:10
조준호 LG전자 사장이 1일 서울 강남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린 스마트폰 'LG V10' 공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 사장은 "V10은 LG전자 스마트폰의 근본적인 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LG전자 ‘V10’의 5가지 색상. 스페이스 블랙, 럭스 화이트, 모던 베이지, 오션 블루, 오팔 블루(왼쪽부터).
LG전자가 1일 스마트폰 사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선언했다. 변화의 첫 작품으로 프리미엄 사양의 V10을 선보이면서 출고가를 70만원대로 책정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조준호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사장은 이날 V10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V시리즈는 LG전자의 근본적 변화를 알리는 시작이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단순히 고사양이나 유행하는 디자인을 담기보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삶에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V는 모험을 뜻하는 영어 ‘어드벤처(Adventure)’에서 따왔다. 조 사장은 “삶에서 작은 모험을 추구하는 사람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이 얘기한 근본적인 변화는 제품 자체보다는 시장을 대하는 LG전자의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LG 브랜드를 과대평가한 경향이 있었다. 경쟁사 제품보다 뛰어나지 않음에도 가격을 높게 책정해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V10을 내놓은 LG전자의 모습은 변화가 감지된다. LG전자는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걸 V10에 쏟아 부었고, 프리미엄 제품임을 강조하면서도 가격을 낮췄다.

V10은 5.7인치 QHD 디스플레이 상단에 별도의 작은 직사각형 디스플레이 ‘세컨드 스크린’을 탑재했다. 메인 디스플레이가 꺼져 있을 때도 ‘세컨드 스크린’은 늘 켜져 있어서 시간이나 각종 알림을 확인할 수 있다. 세컨드 스크린에서 미리 설정한 애플리케이션을 바로 실행하거나 음악을 재생하는 등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다.

전면에는 세계 최초로 듀얼 카메라를 적용했다. 두 개 다 500만 화소지만 하나는 화각이 120도이고 다른 하나는 80도다. 화각이 넓으면 동시에 넓은 배경을 찍을 수 있다. 여러 명이 함께 사진을 찍기에 적합하다. 명품 시계에 주로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316L 소재를 테두리에 적용했고, 후면 커버는 충격과 긁힘에 강한 실리콘 소재를 채택했다. 비디오 촬영 시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손떨림 방지칩을 적용했고,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32비트 하이파이 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DAC)도 내장했다.

V10의 출고가는 79만9700원이다. LG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초기 출고가를 80만원 미만으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성하 LG전자 부사장은 “많은 고객이 사용하도록 해 사용자 기반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V10은 8일부터 이통 3사를 통해 국내에서 판매된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다.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현재 쓰는 제품에서 별다른 불만이 없다. 이를 극복하고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선 애플처럼 자체 생태계를 갖추고 있든지,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같은 특화된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LG전자가 V10에 탑재한 다양한 기능은 기존에 있던 것을 개선한 수준이다. 지갑을 여는 데 깐깐해진 소비자들이 V10을 구매할 만큼 매력적인 제품으로 여길지는 미지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