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길게 이어진 파주 영어마을 돌담에 담쟁이 넝쿨이 어느 새 곱게 단풍이 든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문리버파크 건물 뒷벽 밑에 심어놓은 담쟁이 넝쿨도 여름이 깊어질 무렵부터 제법 벽을 타오르더니 지금은 가을빛으로 황홀하게 물들어 가고 있다. 빨강, 자주, 갈색, 주홍, 노랑 등의 물감이 오묘하게 번져간 한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해 그 아름다움이 내 마음을 채색하며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킨다.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까워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전송하려고 제일 큰 잎사귀 하나를 따노라니, 언젠가 TV 의학정보 프로그램에서 어느 한의사가 담쟁이 넝쿨에 관해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한의사의 말에 의하면 뜻밖에도 담쟁이 넝쿨은 최고의 한약재란다. 도시에서는 건물 외벽을 타고 넝쿨을 뻗어 가지만, 산속이나 숲 속의 담쟁이는 주로 커다란 나무를 타고 오르는데 그 타오르는 나무여하에 따라 명약도 되고 독약도 된다는 것이다. 정말 신비롭지 않은가. 그 얘기를 들으며 “원… 세상에 담쟁이 넝쿨 하나에도 그런 엄청난 창조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니.” 놀라워했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참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께 접붙임을 받는다는 것은 혼자서는 결코 뻗어갈 수 없이 연약하고 작은 넝쿨 순을 그 생명과 사랑의 높이와 크기를 감히 측량할 수 없는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께 의지하여 타고 오르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감격스럽기 그지없다.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들은 병든 세상에 명약이 되는 삶을 살아가도록 그리스도의 생명력을 공급받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일교차는 크지만 한낮에는 따가운 가을햇살이 찬란하게 내리쪼이는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사랑하는 이와 두 손을 맞잡고 생명 있는 모든 존재들을 위해 축복기도를 드리고픈 10월의 첫 주말아침이다.박강월(수필가·주부편지 발행인)
[힐링노트-박강월] 담쟁이 넝쿨의 비밀
입력 2015-10-03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