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살리는 지식

입력 2015-10-02 00:43

오늘 본문에는 칭찬이 있고 책망이 있습니다. 칭찬은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분명 지식이 있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이어서 책망이 나옵니다. 책망은 ‘지식의 열쇠를 사람을 죽이는 데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책망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식의 열쇠로 문을 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둘째, 자신이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셋째, 문 안으로 남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지식으로 남을 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책망하고 계십니다.

오늘 본문은 지식의 두 종류를 선포하고 있습니다. 바로 죽이는 지식과 살리는 지식입니다. 살리는 지식은 어떠해야 합니까. 율법사와 한 가지는 같아야 하지만 세 가지는 달라야 합니다. 율법사와 같은 건 ‘우리 모두가 지식의 열쇠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식은 예수님께서도 인정하시고 칭찬하신 것입니다. 율법사와 달라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문을 열어야 합니다. 여기서 문은 천국의 문이요, 구원의 문을 의미합니다. 둘째, 내가 먼저 그 문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셋째, 그 문으로 남도 들어올 수 있게 인도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지식은 살리는 지식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 안으로 내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지식을 우리 자신에게 먼저 적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는 것과 사는 것이 일치되어야 합니다. 즉 지식의 ‘자기 적용’입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지식인이 넘어지고 실패합니다.

예수님께서 ‘지식의 열쇠를 너희 자신에게 먼저 적용하라’고 하니 예수님을 죽이려 했다는 것이 오늘 본문의 내용입니다. 이것은 지식의 자기 적용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정말 대단한 학자를 꼽으라면 율곡 선생을 들 수 있습니다. 그의 교육 철학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성학’입니다. 학문을 하는 이유는 성인이 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보통 출세를 위해 학문을 합니다. 하지만 율곡 선생은 나를 바로 세우는 것이 학문의 근본이라고 가르칩니다. 지식의 자기 적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시대를 분명하게 읽어내기를 바랍니다. 21세기에는 추상적인 지식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전 세기에는 추상적 유토피아를 말하고 형이상학을 하면서도 군중을 이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행동하는 지성인이어야 군중이 주목합니다.

사람에게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남이 하면 따라하는 사람이 70% 정도 되고, 바꾸고는 싶은데 눈치를 보느라 못 바꾸는 사람이 20%, 자기 고집만 내세우는 사람이 5%입니다. 나머지 5%는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이 마지막 5%의 사람들이 세상을 바꿉니다. 지식의 열쇠로 문을 열고 자신이 가장 먼저 문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김철환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