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폭행·파벌 싸움·담합·성추행… 쇼트트랙, 언제까지 ‘탈 많은 효자’?

입력 2015-10-02 02:16
지난 16일 서울 태릉선수촌 빙상장.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선두 유지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부상 방지를 위해 추월하지 않는 게 관례다. 그런데 뒤의 A선수가 앞의 B선수를 추월했다. 그 과정에서 B의 발목을 건드려 그가 넘어졌다. 화가 난 에이스 B는 팀 막내 A의 얼굴을 때렸다. 세간의 관심은 B가 받을 징계 수위에 쏠렸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30일 B에게 내린 징계는 ‘경고’였다. 이에 따라 B는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빙상연맹의 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폭력 행위로 자격정지를 받은 선수는 징계 만료일부터 3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빈발하는 폭력을 막기 위해 만든 규정이다. B가 자격정지를 받았다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빙상연맹은 “A선수가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있다”며 “자격정지는 선수의 잘못에 비해 너무 가혹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메달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모든 스포츠 단체는 동료 선수 폭행에 엄중하게 대처한다. 프로축구연맹은 5월 그라운드에서 상대 선수를 폭행한 전북 현대의 한교원(25)에게 6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600만원을 부과했다. 구단은 별도로 벌금 2000만원과 사회봉사활동 8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앞서 빙상연맹은 지난 5월 태릉선수촌 입촌식에서 선수들을 상대로 폭행과 성추행 방지 등 인권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교육은 아무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 또 솜방망이 징계로 유사한 폭행을 방지하거나 추후 다른 선수를 제재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모두 21개의 금메달을 따낸 효자종목이다. 하지만 파벌 싸움, 담합, 폭행, 성추행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은 언제까지 ‘탈 많은 효자’로 남아 있을 것인가.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