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서 명치 만지는 진단법 과학적 근거 마련… 강동경희대한방병원 박재우 교수 ‘복진법’ 정량화

입력 2015-10-05 02:30

“한의학도 이제는 과학화, 체계화가 많이 진행됐고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국제학술지 대체보완의학저널(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에 한의학 ‘복진법(복부[腹部] 진단법)’에 대한 정량적 측정 데이터 기반의 ‘복진법 표준화 가능성’ 연구 결과를 발표한 강동경희대한방병원 박재우 교수(사진·한방소화기내과)는 ‘한의학 과학화’를 위한 노력으로 이번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침과 한약 등 각종 한의학적 치료법에 대한 임상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한의학의 객관적 임상근거(evidences)가 점차적으로 쌓이고 있지만, 복진법 등 한방 진단법에 대한 표준화·객관화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의학에서 ‘복진법(腹診法)’은 한의사가 환자의 복부를 직접 만지거나 관찰해 병의 증상과 부위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박 교수는 “한의임상 현장에서 많이 적용되는 복진법에 대해 객관적 측정법을 적용해 그 임상 적용의 유효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명치끝 답답함이나 압통 등 통증을 객관화해 질환의 원인을 찾고 진단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박재우·고석재 교수) 소화기 증상인 ‘명치 끝 답답함(심하비)’과 ‘명치끝이 답답하고 눌렀을 때 통증느낌’ 증상(심하비경)을 감별 대상으로 선정했다. 두 증상은 흔한 소화기증상이지만, 환자가 깨닫거나 감별하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두 증상 간 감별점으로 볼 수 있는 명치끝을 눌렀을 때 느끼는 통증인 ‘압통’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증상을 감별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 연구에 의하면 일반인과 답답함을 느끼는 실험군, 명치끝 압통을 느끼는 실험군에서 정량적인 측정법(pressure algometer)을 적용해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측정한 결과 세 집단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이는 이제까지 많은 숙련을 요하던 한의사의 주관적인 복진법을 보다 간편하고,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통해 표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일반적으로 명치끝 압통 등의 증상을 호소할 경우 복진법 이외에 자율신경기능검사, 위장 운동성 평가, 소화불량 정도평가 등의 방법으로 소화기 질환이 이미 발생한 상태인지 확인하고 환자 상태에 맞는 침, 뜸, 한약 등의 한방치료를 처방하게 된다. 박 교수는 “명치끝이 답답하거나 압통을 느끼는 경우는 일반인들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겠지만 주로 소화기능 저하 시 복부 가스참, 속쓰림, 트림 그 외 다른 소화기 질환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경우에는 전문가의 상담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의학 과학화와 복진법의 객관화를 위한 연구의 시작이라는 박 교수는 더 많은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는 계획도 제시했다. 박재우 교수는 “앞으로 다양한 복부증상 진단을 평가하는 보다 구체화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의 복진법’의 표준화에 대한 기초를 마련하고 국내외 공동연구와 학술 발표도 꾸준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