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무게는 우리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심장이 뿜어내는 혈액의 15%가 뇌로 가며 산소소모량은 우리 몸 전체의 20%나 차지한다. 또한 뇌는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전적으로 포도당에서 얻는다. 따라서 잠시라도 산소가 부족(저산소증)하거나 혈액 내에 포도당 농도가 떨어지면(저혈당) 신경세포는 일순간에 기능을 잃게 되고 이러한 상태가 불과 수분간만 지속된다 하더라도 신경세포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져 결국은 신경세포 소멸로 이어진다. 따라서 평소 건강한 신체유지를 위한 유산소 운동과 좋은 먹거리가 뇌혈류를 개선하고 신경세포 활성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겠다.
평소의 건강한 먹거리가 비만, 심장병 그리고 당뇨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많은 연구들이 앞 다퉈 내놓는 결과를 보면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식이 섭취 행태가 뇌 건강 유지에 미치는 영향은 앞에 언급한 질병들보다 훨씬 강하다. 더구나 신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유산소 운동을 365일 빠짐없이 지속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몸이 아파 금식을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루도, 아니 한 끼도 거르지 않고 음식을 섭취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두뇌 활동을 위해 뇌 건강식을 매일 챙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수년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교양 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전 세계에서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지역을 조사하고 그 지역을 ‘청색지대(블루존)’이라 명명했다. 일본의 오키나와(Okinawa), 이탈리아 사르디니아(Sardinia), 코스타리카 니코야(Nicoya), 그리스 이카리아(Ikaria),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Loma Linda)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블루존의 장수 노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담배를 피우지 않고, 육체적으로 매우 활동적이며, 가족 간의 화목함과 사회적인 유대감이 강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박하지만 각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로 만드는 건강한 먹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여름철 잃었던 미각을 돌릴만할 제철 먹거리가 가장 풍성한 계절이 돌아왔다. 오늘은 오키나와 장수 노인들이 주식으로 즐기는 먹거리인 고구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누구나 고구마에 대한 향수는 한 가지씩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어려서 손을 호호 불며 그 달콤한 맛에 빠졌던 군고구마는 원래 흉년으로 백성이 굶주릴 때 구황식물로 으뜸이었으며 주성분은 녹말이지만 식이섬유와 각종 비타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암 유발물질인 과산화지질 생성을 가로막는 비타민 E,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억제하는 플라보노이드, 라이코펜, 카탈라제 및 슈퍼옥사이드디스뮤타제(SOD) 함량이 높다. 또한 안토시아닌과 비타민 A의 함량이 높아 항염증 효과도 크다. 더구나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라고 함)가 비교적 낮아 당뇨환자의 식이에 도움이 된다.
몸에 좋은 이러한 성분은 모든 고구마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성분이기는 하지만 특히 오키나와 백세 노인들이 주식으로 삼고 있는 보랏빛의 자색 고구마에 활성 성분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 및 항염증 성분이 높은 먹거리들은 결국 신체의 노화와 뇌신경의 퇴화를 억제해 치매 걱정 없이 건강한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기본 틀을 마련해준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
[한설희 칼럼] 치매 예방엔 바른 먹거리가 중요
입력 2015-10-05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