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강원도 춘천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의심 환자가 신고되며 전국이 다시 한번 ‘메르스 악몽’에 휩싸이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후 의심 환자의 2차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판명되며 소위 ‘메르스 사태’ 재발에 대한 우려는 해소됐다. 하지만 이는 ‘해결’이 아닌 ‘해소’일 뿐 메르스가 남긴 숙제는 여전하다.
◇국내 메르스 대응 성적표 낙제점 ‘원내 감염 대처 부족’=중동에서 낙타를 타고 온 메르스는 국내 감염 대응 시스템의 ‘바늘 구멍’을 손쉽게 통과했다. 이로 인해는 감염자 186명 중 36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다. 성적으로 매긴다면 낙제점인 셈이다.
이처럼 메르스가 확산된 주 원인으로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원내 감염’에 대한 이해 및 대응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내 감염은 병을 고치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오히려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니 아이러니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연성은 충분하다. 병원은 병에 걸린 ‘환자’가 모여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환자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면역 기능이 저하되어 있어 각종 감염 원인에 대한 저항력이 취약하다. 따라서 감염률이 높고 일단 감염되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위험하다. 이런 환자가 모여 있는 공간인 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과 같은 감염 질환이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메르스 감염자 통계를 살펴보면 최초 감염자를 제외한 총 185명 중 82명(44.1%)이 입원 혹은 내원 시 감염된 환자이며 64명(33.4%)가 환자 가족 혹은 문병으로 인한 방문객 이외 의료진 등 관련 종사자가 39명(21%)으로 집계됐다. 즉 대부분의 감염자가 병원과 연관되어 메르스에 감염된 것이다 .
◇원내 감염 실태 심각 ‘미국 및 유럽 등에서도 고민’=이번 메르스 사태로 원내 감염에 대한 대응 시스템 부족이 지적되고 있고 이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다른 감염질환의 원내 감염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 및 유럽 등 의료 시스템이 선진화된 국가도 감염 질환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간 약 9만9000명이 원내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부담은 약 650만 달러에 이른다. 유럽도 원내 감염으로 연간 3만7000명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재정적 손실은 약 60억 유로에 달한다.
배현주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에는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모여 있어 주로 환자를 중심으로 감염 전파되기 때문에 감염률을 0%까지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며 “물론 병원마다 철저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 소독으로 제거되지 않는 원내 감염 박테리아 등장 ‘대응 시스템 구축 시급’=원내 감염 질환 발생 시 우선 의심 환자를 격리하고 그와 접촉한 환자, 가족 및 의료진 등을 능동 감시 대상자에 포함해 모니터링 해야 한다. 또한 감염 질환이 전파되지 않도록 이동 동선 내 의심 환자와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소독하고 방호복 등은 소각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내 감염 주 원인으로 알코올 소독으로 제거되지 않는 씨디프 박테리아가 요주의 대상이다. 이미 미국 등에서는 대표적인 원내 감염인 MRSA보다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씨디프는 65세 이상 고령이며 항생제 사용 빈도가 많을 수록 감염되기 쉬워 병원에 입원 혹은 내원한 환자가 주 감염 대상이란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배현주 교수는 “아직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씨디프는 대표적인 원내 감염 질환 중 하나로 감염 시 격리해서 관리해야 한다”라며 “원내 감염 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정부 및 의료 기관뿐 아니라 환자까지 적극적인 공조 통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영수 기자
메르스 원인은 ‘원내감염’… 해결 멀었다
입력 2015-10-05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