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형 기자의 병원사용 설명서] 새 처방전 받기전에 기존 복용약 꼭 알려라

입력 2015-10-05 02:44

당뇨를 앓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A병원에 들러 당뇨약을 처방받고, 이튿날 피부 가려움증으로 B병원에 들러 피부약을 처방받았습니다. 김씨는 이후 약국에 처방전을 들고 갔더니 약사는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약을 처방받았으니, 의사에게 약을 재처방 받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씨처럼 이곳 저곳 질병에 따라 병원을 여러 곳을 가다가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약을 처방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분별하게 병원을 찾다 보니, 약을 중복 처방받거나 과다한 약물 의존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 지난 2013년 병용금기, 연령금기, 임산부 금기 의약품에 대한 부적절 처방 건수는 상급종합병원 3451건, 종합병원 9851건, 병원급 1만437건 의원급 6605건 등으로 총 3만여건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만큼 병용이 금기된 약이나, 금기 의약품이 처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병용금기 약물은 무엇일까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병용금기’는 두 가지 이상의 유효성분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 치료효과의 변화 또는 심각한 부작용 등의 우려가 있어 동시에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성분의 조합입니다. 이 외에 ‘연령금기’는 소아, 노인 등 특정한 연령대의 환자가 사용함에 있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거나 심각한 부작용 발생 등의 우려가 있어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성분입니다. 아울러 ‘임부금기’는 태아에게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치료의 유익성이 위해성을 더 상회한다는 명확한 임상적 근거 또는 사유가 없으면 임부에게 처방·조제 되어서는 안 되는 성분입니다. 이들 약물은 의사 판단에 따라 걸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무분별한 병원 방문으로 인해 병용금기 된 약물을 중복처방 받아 약물 부작용 등의 위험이 높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무좀치료제와 병용해서는 안 되는 약물들이 있습니다. 무좀은 피부에 사는 곰팡이를 없애기 위해 보통 항진균제를 투여하는데요. 항진균제는 고지혈증, 고혈압, 협심증, 배뇨장애, 발기부전, 편두통, 결핵 등을 치료하는 약과 함께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좀치료제인 항진균제(케토코나졸)와 항히스타민제(테르페나딘)를 함께 복용해 사망에 이른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병용금기 의약품 처방이 많아지면 환자가 약물 부작용에 노출돼 결국 환자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0년 12월부터 의·약사가 의약품의 부작용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안전하게 처방·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약품 안심서비스’(DUR, Drug Utilization Review)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의사와 약사는 의약품 안심서비스 DUR을 이용해 부작용이 우려되는 약물이나 중복된 처방으로 확인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DUR이 적절히 쓰이지 않아 중복처방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환자는 자신이 복용하는 의약품을 다른 의약품과 함께 먹어도 되는 약인지 의사에게 반드시 물어보도록 해야 합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