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뭐라고… 보건복지위 등 상임위 홈피에 관련기관 담당자 정보 노출 말썽나자 슬그머니 삭제

입력 2015-10-05 02:02

정부기관의 국회 담당자들의 핸드폰 번호가 누구나 볼 수 있는 각 상임위원회 홈페이지에 노출했다가 최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비롯한 16개 상임위원회 홈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다수의 상임위원회에서 소관기관 국회 담당자 연락처 파일이 올려져 있었다. 해당 파일에는 평직원부터 실·국장까지 다양한 직책의 국회 담당직원 이름과 직급, 사무실전화번호, 이메일, 핸드폰번호 등이 적혀있었다. 최근에 다시 확인한 결과 대부분 파일이 삭제되거나 휴대전화번호 등은 삭제된 수정파일이 올라와 개인정보가 얼마나 많은 곳으로 퍼져 나갔는지는 확인이 어려워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경우 소관기관에 따라 실·국장, 과장, 계장 등 대관실무자의 핸드폰 번호를 노출돼 있었는데 무작위로 담당자들에게 전화해본 결과 모두 본인의 휴대전화번호가 담긴 파일을 아무나 다운받을 수 있도록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핸드폰번호가 현재 개인이 사용하는 번호라는 데 당혹감을 보였는데 A기관 담당자는 “다른 사람들이 열람하도록 용인해준 바가 없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당혹해 했다. B기관 담당자는 “내 전화번호가 열람이 가능하다는 것인가”라며 의아해 하면서, “국회를 담당한지 오래돼서 오픈 하도록 용인을 했는지 여부는 기억이 안난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사전에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했고, 국회 담당 업무를 하는 관계자들이어서 사전 허락을 받고 한 것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다른 의문점은 파일 속 날짜와 업로드한 날짜의 시간차이로 보건복지위원회의 경우 기존에 핸드폰번호가 있던 파일 대신에 사무실 전화번호와 팩스번호만 있는 소관기관 국회 담당자 연락처 파일을 지난 8월13일 올렸고, 연락처 파일을 열어보면 상단에 보통 작성기준일로 표기되는 날짜가 ‘8월31일’로 돼 있다. 즉 8월31일 기준으로 작성된 파일이 2주 이상 빠른 8월13일에 올라왔다는 것인데 급하게 명단을 작성해 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게 한다. 그 근거로 파일에 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경우 기관장이 공석으로 돼 있는데 이영찬 원장이 8월18일에 취임했기 때문에 8월31일 기준으로 작성됐다면 명단에 포함됐어야 한다. 국회 담당자가 기관장 이름을 의도적으로 빼지 않았다면 말이다.

9월30일 현재 16개 상임위원회와 2개의 특별위원회의 홈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휴대폰 번호를 포함한 파일을 올려놓은 곳은 1곳에 불과했다. 지난 6월에 확인한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로 정무위원회만 개인정보를 담은 파일이 올라와 있는 상태였는데 정무위원회 파일에는 47개 기관, 99명의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이 노출돼 있었다. 이에 대해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오늘(9월30일) 수정했다. 개인정보문제가 있어서 제외했다”라고 밝혔고, 현재는 휴대폰 번호가 제외된 파일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하루에도 수십건의 마케팅 문자와 전화, 이메일 등이 오고 있는 현실에 대놓고서 타인의 전화번호를 올렸다가 슬그머니 내리거나 변경한 국회가 과연 다른 기관들의 개인정보유출에 대해 질타할 수 있는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조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