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김모(42)씨는 아이의 약을 지으러 약국에 갔다가 약사가운을 입지 않은 여성이 조제실에서 물약을 담아오는 것을 보고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약이 조제가 다 됐다는 말에 카운터에 약을 받으러 가자 하얀 가운을 입은 다른 약사가 약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을 보고 약을 덜어준 사람은 약사가 아닌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아졌다.
환자들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방문했을 때 의사와 약사 등 의료진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최상의 치료를 해줄 것을 기대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믿었던 선생님들이 의사나 약사 등 보건의료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어떨까.
약사법 23조에 따르면 의약품조제는 약사 및 한약사만 할 수 있다. 다만 약학을 전공하는 대학의 학생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의사(치과의사)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조제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약사가(한약사) 아닌 사람이 의약품 조제 시 위법이다. 그렇지만 위 사례처럼 약사가 아닌 사람이 조제를 하는 것 같아도 환자 입장에서는 확인하기가 힘든데 특히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약사 및 한약사의 위생복(가운) 착용 의무조항을 약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으로 삭제하며 무자격자가 조제해도 더욱 알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에 일부 약사들은 의무규정이 없어도 약사가운은 착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무자격자가 조제하는 약국은 얼마나 될까. 조제하는 사람이 약사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통계를 내기 힘들고 적발이 돼야만 알 수 있는데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건강보험 재정누수 사례분석’에 따르면 경남 소재 A약국의 사무보조원이 2012년 3월부터 16개월간 1만5236건의 의약품조제 및 복약지도를 해 약제비를 청구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병원이라고 안심하기도 힘든데 300병상 미만의 병원(요양병원)에서는 현행법상 약사 기준이 1명 이상으로 돼 있어 약사가 조제할 수 있는 여건으로 보기는 힘들다. 때문에 간호사 조제 등 무자격자 조제가 종종 적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장정은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 6월말까지 약사면허를 대여한 불법약국은 70곳, 사무장병원은 845개소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최근 5년간 약사면허대여 약국 적발건수는 2010년 1건, 2011년 6건, 2012년 25건, 2013년 18건, 2014년 18건, 2015년(6월까지) 2 건 등 70건으로 나타났다.
사무장병원은 2010년 45건, 2011년 154건, 2012년 160건, 2013년 156건, 2014년 216건, 2015년(6월까지) 114건 등 845건에 달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
무자격자 의약품 조제… 소비자는 늘 불안에 떨고있다
입력 2015-10-05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