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회의(상원)가 3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시리아 파병 요청을 만장일치로 승인한 지 몇 시간 만에 현지 주둔 러시아 공군이 공습을 개시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맹방인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본격적인 개입을 시작한 것으로, 러시아군과 미국이 지원하는 반군 간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등 전쟁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게 됐다. 러시아가 중동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것은 198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지 26년 만이다.
미국 관리들과 시리아 반군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전투기들은 이날 시리아 중부에서 공습을 시작했다. CNN 방송은 자국 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 공군기지에 주둔 중이던 러시아 전투기들이 서부 도시 홈스의 반군 기지를 공습했다고 전했다. 홈스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쪽으로 160㎞ 떨어져 있다. 쿠르드족 언론 매체 슬레마니 타임스도 이날 오후 러시아 수호이(Su)-24 전폭기 2대가 시리아 서부 도시 하마에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하마는 다마스쿠스로부터 북쪽으로 210㎞ 거리에 있다. 홈스와 하마는 러시아가 공격 목표라고 밝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아닌 반군이 장악한 지역이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장은 “러시아군의 군사 작전은 IS를 목표로 한 공습에 국한된다”며 “푸틴 대통령이 밝혔듯 지상전투에 투입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상원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시리아 파병 승인 요청안을 비공개로 논의했으며 이후 표결에 참여한 의원 162명 전원 찬성으로 승인했다고 이바노프 실장이 밝혔다. 이바노프는 파병과 관련한 재정적 문제 등도 이미 모두 해결된 상태라면서 그러나 현재로선 공습에 참여할 무기와 공습 기간 등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대통령실도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 공군의 파병은 알아사드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공식 요청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외국에 파병할 때 상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크림 반도 합병 당시에도 현지로 군대를 보내며 파병 요청을 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파병 승인 요청은 지난 28일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뒤 이뤄졌다.
러시아는 IS 격퇴전을 지원하기 위해 공군을 파견했다고 설명했지만 서방은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해온 러시아가 IS뿐 아니라 다른 반군 기지들도 공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러, 시리아 공습 개시 본격 군사개입 나서
입력 2015-10-01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