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김무성 전면전

입력 2015-10-01 03:3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굳게 입을 다문 채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의 말을 막으려는 듯 오른손을 들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대표가 추석연휴 기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회동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합의한 것에 대해 “졸속 합의”라고 강력 비난한 바 있다. 구성찬 기자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여당 내 계파갈등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간 전면전으로 비화됐다. 청와대가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공천 룰에 대해 제동을 걸자 김 대표가 즉각 “여당 대표에 대한 모욕은 오늘까지만 참겠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유승민 사퇴 파동’에 이은 제2의 당청 갈등이 시작된 형국이다.

김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비판한 것과 관련, “청와대의 이야기는 다 틀렸다. 이렇게 하면서 당청 간 사이좋게 가자고 하면 되겠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대표는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나. 여태까지 참았는데, 오늘까지만 참겠다”며 공개 경고했다. 김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략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전략공천은 내가 있는 한 없다”고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가 많은데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먼저 지지 정당을 묻고 난 뒤 (지지 후보를 조사)하겠다는 얘기 같은데, 그럴 경우 역선택 또는 결과적으로는 민심 왜곡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또 “통상 전화 여론조사 응답률이 2%도 안 된다. 그럴 경우 결국 조직력이 강한 후보한테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며 조직선거로 변질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관리위원회 관리에 따른 비용 문제에 대해 ‘세금공천’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전화 여론조사 응답과 현장투표가 근본적으로 다르며, 이번 잠정 합의가 새누리당 내부 논의 없이 이뤄진 것 등도 문제점으로 나열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의총에서 “청와대가 ‘여론조사 응답률이 2% 수준으로 낮다’고 한 부분은 맞지만, 나머지는 맞지 않는 지적”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강한 어조로 청와대를 향해 경고를 날리자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이번에는 ‘타협’이 아닌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측이 익명으로 ‘공천 쿠데타’라는 격한 표현을 동원해가며 공격에 나서자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동’ 당시와 달리 김 대표가 물러서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목표가 ‘전략공천을 통한 공천 주도권 확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여론전을 벌일 태세다. 김 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전략공천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김 대표 측근인 김성태 의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내년에도 당의 공천 방식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결정해야 하느냐”고 되물은 뒤 “차라리 ‘이렇게 하면 (친박계가) 전략공천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도 “김 대표가 국민공천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자꾸 안 되는 걸 되는 듯 거짓말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반격을 가할 태세라 양측의 공방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의총에서도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는 설전을 벌였으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당론 수용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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