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가을야구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가을 냄새를 맡은 SK가 투타(投打)에서 더욱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SK는 최강 삼성 라이온즈도 해내지 못했던 6년(2007∼201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팀이다. 왕년의 가을 강자 SK의 시즌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습이다.
SK는 30일 LG 트윈스를 8대 1로 격파했다. 3연승을 달린 SK는 68승 2무 71패로 단독 5위 자리를 고수했다. SK는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기면 다른 팀들의 성적에 상관없이 자력으로 5위를 확보한다.
SK는 투타 모두 안정을 찾아가면서 ‘가을 DNA’를 맘껏 뽐내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다.
타격에선 무엇보다 이적생 정의윤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프로 데뷔 이후 줄곧 LG 트윈스에 있다가 7월 24일 트레이드된 정의윤은 SK 4번 타자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이적 후에만 올 시즌 LG에서 하나도 못 친 홈런 14방을 터뜨릴 정도로 달라졌다.
‘가을남자’들도 부활 중이다. 왕조 시절 SK의 간판타자였던 박정권은 이날도 0-1로 지고 있던 4회말 솔로포를 터트리며 추격의 신호탄을 쏘았다. 전날 kt전에도 홈런을 날려 이호준(2002∼2005년)과 최정(2010∼2013년) 이후 SK 타자로는 세 번째로 2년 연속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정상호도 이날 경기에서 7회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포를 작렬했다.
외국인 투수들도 팀의 ‘가을 DNA’를 이식받고 있다. 크리스 세든은 6이닝을 8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선발 5연승을 질주했다. 메릴 켈리는 선발 3연승을 달리고 있다.
김용희 감독은 “가을야구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어 팀 분위기가 매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면서 “선수단 전체의 혼연일체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한화 이글스는 삼성을 18대 6으로 대파하고 5강 불씨를 되살렸다. 18득점은 올 시즌 한화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이다. 반면 충격의 4연패에 빠진 삼성은 이날 두산 베어스를 17대 5로 대파한 2위 NC 다이노스에 1.5게임 차 추격을 허용했다. 삼성이 앞으로 3경기, NC가 4경기를 남겨둔 상황이라 지금의 페이스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대역전극도 불가능하지 않다.
KIA 타이거즈는 롯데 자이언츠를 13대 1로 완파하고 실낱같은 가을야구 꿈을 이어갔다. 8위 롯데는 이날 패배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한편 이날 4개 구장에는 총 4만3455명이 입장해 올 시즌 누적 관중 716만3865명을 기록, 역대 정규리그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비룡들의 ‘가을본색’
입력 2015-10-01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