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대통령이 정책 결정권자로서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대통령 발언에 정부 정책이 일관성 없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정부 정책이 급선회한 대표적 사례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다. 환경부의 국립공원위원회(위원회)는 2012년과 2013년 이 사업의 추진을 부결시켰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강원도 평창군을 찾아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도 조기에 추진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 뒤, 정부는 케이블카 사업을 상부 정류장만 바꿔 재추진했다. 결국 위원회는 지난 8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이미 부결된 사항이 대통령 말 한마디로 군사작전 펼치듯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14일 임시공휴일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줬던 정책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며 이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결정했다.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지만 기존 정부 정책 방향과 다소 달랐다.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를 줄이기 위한 공공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 추산으로 이날 면제된 고속도로 통행료만 141억원에 달했다. 부채가 26조원에 달하는 도로공사의 재정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청년 인력 중동 진출도 대통령의 발언에 정책 방향이 바뀐 사례다. 현 정부는 당초 이명박정부 당시 실패한 청년의 해외 취업 정책을 반면교사삼아 '양'보다는 '질'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중동은 청년 해외 취업 정책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중동 순방 이후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다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고 말하자 당장 정부의 해외 취업 정책의 중심은 중동으로 이동했다.
대통령 발언에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각 부처 장관들의 정책 추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대(공공·노동·금융·교육)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나온 뒤에야 개혁이 추진되는 모습이 여러 번 반복됐다. 대통령과 소통이 적은 탓에 장관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맞지만 기존에 추진되던 정책을 일관성 없이 뒤집으면 경제 주체들의 혼란을 가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新관치시대] 대통령 한 마디에… 반대하다 “YES” 오락가락하는 경제 정책들
입력 2015-10-01 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