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0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주도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정면 비판한 것은 이 안을 비롯한 김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공천 쿠데타’로 여기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전략공천을 통해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대여(對與)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김 대표를 그냥 두고 볼 순 없다는 뜻이다.
총선을 앞둔 집권여당의 공천 룰을 놓고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청와대의 입장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강하게 김 대표를 비판하고 김 대표가 다시 청와대에 반격을 가함에 따라 이번 사태가 지난 6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 거취 문제로 야기됐던 ‘당청 전면갈등’ 정국으로 비화할 개연성이 상당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전 춘추관을 찾아 김 대표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청와대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데 대한 반박 차원이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민심 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전화 여론조사와 현장투표의 괴리, 일방적 합의 등 5가지 이유를 대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이 제도가 이른바 ‘역선택’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특히 청와대는 김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간 합의가 새누리당 내부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중요한 일이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라든지 내부적 (논의) 절차 없이 이뤄졌다”며 청와대 기류를 여과 없이 전했다. 그러면서 강경한 톤으로 “졸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며 김 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아침만 해도 청와대는 새누리당 내부현안이라며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을 요량이었다. 총선 공천 룰에 청와대가 언급하면 총선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오전 내부 회의 직후 기류가 180도 변했고, 청와대는 오전 11시50분쯤 김 대표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유엔 외교 일정을 마치고 새벽에 귀국한 박 대통령이 관련 사안을 보고받고 난 다음이었다. 청와대 입장 표명에는 박 대통령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셈이다.
청와대는 특히 김 대표가 주도한 국민공천제가 당내 계파 갈등을 심화시키고, 이로 인해 당청 관계까지 삐걱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국이 총선 공천 룰 전쟁으로 변질될 경우 청와대가 주도하는 노동개혁 등 개혁과제 이행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공천권 독식’에 대한 우려 역시 청와대의 강공 배경으로 꼽힌다. 그동안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 반대하는 기류가 강했다. 따라서 이번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계기로 오픈프라이머리 반대 입장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또 내부적으로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 해외출장 도중에 문 대표와 만나 내년 총선 공천 룰을 합의해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팽배하다.
다만 청와대는 김 대표의 “여당 대표 모욕” 언급이 나온 이후 당청 간 확전을 경계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김 대표를 모욕하려는 뜻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본질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우려를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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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