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새 제비는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보내고 3000㎞를 날아와 한반도에 봄소식을 전하는 ‘봄의 전령사’다. 예전에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집 처마 밑에 둥지를 튼 제비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서울에 농경지가 많이 남아있던 70∼80년대에는 제비 10만 마리 가량이 시내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파트 중심으로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요즘 서울에는 제비가 얼마나 찾아올까.
서울시는 이런 궁금증을 풀고 제비 보호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제비 SOS(Swallow of Seoul) 2015’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15개 자치구에서 616개의 제비 둥지를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시는 국립산림과학원, 생태보전시민모임, 사회적기업 터치포굿과 함께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시민제보 및 문헌조사 등을 통해 서식이 확인된 곳을 일일이 조사했다. 시 관계자는 “조사 결과 올해 제비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둥지 139개와 과거 사용한 둥지 477개를 발견했다”며 “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서울에는 제비가 최소 650마리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강동구에 가장 많은 238마리가 사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마포구 110마리, 양천구 79마리, 강서구 62마리, 동대문구 48마리 등으로 조사됐다. 북촌 한옥마을에서도 서식이 확인됐다.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이 많이 있고 주변에 하천이 있어 먹이나 둥지 재료 확보가 쉬운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경향을 보였다.
제비는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에서 그려지듯 예로부터 길조(吉鳥)로 여겨져 왔다. 선조들은 제비가 새끼를 많이 치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실제로 제비 한 마리는 연간 5만여 마리의 해충을 먹어치워 해충방제에 큰 도움을 준다.
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비 서식 지도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시할 계획이다. 또 매년 올해처럼 개체 수를 조사해 서식현황을 파악하고 산림과 하천 등 서식지 보호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시는 2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제비 SOS 콘서트’를 연다. 권오준 생태동화작가, 제주 야생동물연구센터 김은미 박사,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 이찬우 팀장 등 전문가가 참석해 제비를 주제로 시민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사라진 ‘제비’ 서울엔 몇마리나 살까… 市, 5월부터 4개월간 서식지 조사
입력 2015-10-01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