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구하는 일을 하시네요!”
‘15세상담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을 이야기할 때 우스갯소리로 종종 듣는 말이다. 북한의 남침도 막는다는 15세, 소위 ‘중2병’ 아이들을 상담하다니 참 힘들겠다는 의미다. 그만큼 우리나라 15세들은 건드리기도 무서운 집단이자 시간이 지나야만 나아질 병에 걸린 환자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어쩌다가 15세들은 나이만으로 병에 걸린 환자 집단이 됐을까. 중2병이란 용어는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신조어다. 본래 일본의 한 라디오 방송 프로에 등장한 말인데 우리나라로 건너와 ‘남과 다르다는 착각’ ‘허세부리는 사람’을 꼬집어 말하는 대중적 용어가 됐다. 이 말이 점차 ‘중학교 2학년 즈음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는 혼란·불안감·반항심·문제행동 등의 상태’를 통칭하는 언어가 된 것이다.
어른의 눈으로 볼 때 때로 청소년은 이해하기 어렵고 한숨만 나오게 하는 ‘문제투성이’다. ‘다음세대 회복’을 목표로 우리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투틴(Two-Teen) 지도자양성과정’에서는 학부모들이 먼저 자신의 청소년기 ‘흑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이 있다.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이 한심하다던 한 어머니는 “내 시절에 비하면 아들은 양반이네요”라 했다. 많은 분들이 이분과 유사한 고백을 했다.
찬찬히 과거를 돌아보며 생각해보니 자신 역시 그랬다는 것이다. 부모가 가만히 돌아보지 않으면 요즘 아이들의 모습은 그저 유별난 ‘타자의 투정’에 불과하다.
나는 사춘기도 없이 문제 하나 일으키지 않고 자랐는데 아이는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는 분도 가끔 있다. 하지만 이전 세대의 욕구 표현은 억압된 방식으로 이뤄졌거나 여건상 지연됐을 수 있다. 이와 달리 적절한 때에 분노를 표출하는 우리 아이들은 병에 걸린 게 아니라 더 건강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자기 눈 속의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눅 6:41)고 하신 예수님의 책망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2병을 요즘 아이들이 유별나서 치르는 병적 행동이라 치부하기 전에 사춘기 시절과 기성세대가 만든 사회의 모습을 먼저 돌아보자. 한 시대의 증상을 다른 시대의 잣대로 판단하는 건 무리이자 교만이다.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병이라고 치부하는 것, 여기에는 부적절한 언어로 시대정신을 규정해버리는 함정이 있는 건 아닐까.
한영주<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15세상담연구소장>
1973년생,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졸업, 동대학 사회과학대학원 심리학 석·박사, 현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상담학 교수, 동대학 부설 15세상담연구소장, ㈔러빙핸즈 멘토링연구소장
[한영주의 1318 희망공작소] ‘중2병’의 함정
입력 2015-10-03 0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