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도로공사의 명절 교통예보

입력 2015-10-01 00:10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설, 추석 귀성 길은 지금과는 비교 불가의 고생길이었다. 기차표를 끊기 위해선 밤새 줄을 서야 했고, 고속버스 승차권 구하기도 여간 힘들지 않았다. 승용차를 몰고 고향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귀성객들은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했다. 서울 양천구의 집에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판교톨게이트까지 25㎞ 남짓 빠져나가는 데만 2시간 이상 걸렸던 기억들이 또렷하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에서 300㎞ 정도인 고향집까지 가는 데 보통 10시간 정도 걸렸고 장장 17시간을 고속도로에서 보낸 적도 있었다.

2001년 서해안고속도로가 완공돼 호남 방향 차량들이 빠지고, 2004년부터 KTX 덕에 교통량이 나뉘면서 귀향길 고생도 줄기 시작했다. 인터넷 교통정보에 이어 스마트폰 앱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고향길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새 고속도로가 많이 개통됐고 갓길차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도로공사(도공)의 노력도 한몫했다.

그러나 별로 개선되지 않은 게 있다. 도공의 예상 소요시간 안내다. 경험상 그것은 거의 실제보다 짧았다. 내가 지나왔고 가야 할 길이어서 누구보다 교통 상황을 잘 알고 있음에도 교통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정보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추석도 마찬가지였다. 귀경길이 제법 막혔다. 고향집에서 서울까지 6시간30분 정도가 걸렸다. 도공의 예보는 그것에 훨씬 못 미쳤다.

도공은 2008년부터 정확한 교통예보를 위해 교통예보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도공 관계자는 “운전자의 휴게소 이용 빈도까지 감안해 예상시간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소요시간 예측은 교통 흐름을 판단하는 참고자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막힌 도로에서 수시간 차를 몰아 화가 끝까지 난 상태에서 현실과 차이가 나는 예보는 ‘짜증’ 그 자체다. 도공은 지금 통행료 인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 앞서 운전자의 체감 운전시간과 도공의 예상 소요시간의 간극을 줄이는 노력이 우선일 것 같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