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여는 행복] “병 빨리 나아 같은 병 앓는 동생 돌보며 살고 싶어요”

입력 2015-10-01 02:01
조현병을 앓고 있는 김남인씨. 김씨는 병이 나으면 돈을 벌어 같은 처지의 동생을 돌보면서 살고 싶다는 소원을 거듭 말했다.
“어서 빨리 몹쓸 병이 나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사회로 나가 목수 일을 해 돈을 벌 수 있고 동생도 데려가 함께 살 수 있는데….”

경기도 화성 동탄한림대병원에서 최근 만난 김남인(56·무직)씨는 인터뷰하는 동안 기자에게 이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김씨는 전립선암 수술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립선암 판정을 받았지만 수술비가 없어 계속 미뤄오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으로 이제야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전립선암은 초기라 수술을 받으면 완쾌될 가능성이 높지만 김씨에게는 더 큰 문제가 놓여 있다.

오랫동안 괴롭혀온 조현병(정신분열증)이다. 이 병은 피해망상, 환청, 환각, 횡설수설 등으로 의사소통과 행동이 심하게 둔화되고 공격적인 행동까지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김씨는 열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이후 홀아버지 밑에서 두 살 아래 남동생과 살면서 껌팔이, 신문배달 등을 하며 힘겨운 소년 시절을 보냈다. 19세 때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외삼촌 가족과 함께 살았고 고물상 등에서 일했다. 그 뒤 외삼촌의 소개로 목수 일을 배워 힘들지만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어릴 때 머리를 다친 후유증인지 조현병이 찾아오면서 삶은 엉망으로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정신이 피폐해지자 술에 점점 의존하게 됐고 조현병도 더 심해져 외삼촌에게 이끌려 1996년 경기도 오산 승우정신요양원에 들어오게 됐다. 김씨의 동생도 2년 뒤 같은 병으로 이 요양원에 들어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이후 외삼촌은 세상을 떴고 사촌들과도 소식이 끊겨 김씨 형제는 의지할 곳이 없다.

승우정신요양원 임관영 팀장은 “다행히 전립선암 수술은 하게 됐지만 수술 후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조현병 때문에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여서 약물치료를 비롯해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팀장은 김씨는 치아가 아예 없어 음식물을 거의 씹지 못해 틀니를 해 넣는 게 시급하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딱히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 비용 마련이 난감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화성=글·사진 강희청 기자 hck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