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野 공천안 덜컥 받다니… 졸작 협상” 맹공

입력 2015-09-30 03:2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8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회동한 뒤 결과를 공동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추석 연휴 중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전격 회동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곧바로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 “여당에 불리할지도 모르는 야당의 공천안을 김 대표가 덜컥 받아왔다”고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30일 열리는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김무성 대표발(發) 공천개혁안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金·文,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의견접근 이뤘지만…=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이례적으로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비공개회의를 소집한 그는 여야 대표 회동의 내용을 상세하게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김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친박의 반발을 의식한 듯 “새정치연합 고유의 정책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오해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고 했다. 친박 측 비판에 대해선 “개인의 생각이고 이것(이번 합의)은 그렇게 수정해 보자고 얘기한 거지 확정된 건 아니다”며 “당에서 공식기구도 만들어 다른 방안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 누구도, 양당의 대표도 이 예민한 법과 제도에 대해 합의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앞서 김 대표와 문 대표는 전날인 28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1시간40분간 오찬을 겸한 단독 회동을 갖고 내년 20대 총선 공천방식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도입하자는 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 두 사람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 제도 도입을 위한 방안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다. 김 대표는 “중앙선관위에서 오래전부터 이것(안심번호 국민경선제)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했다.

◇친박 “졸작 협상…야당과 ‘여당 공천제’를 먼저 합의하느냐”=친박 주류는 격한 반응을 내놨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관철시키지 못한 데다 우리 당의 공천제도를 당 밖의 사람과 먼저 합의해온 난감한 상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김 대표 스스로 반개혁적이라고 했던 야당의 공천혁신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고도 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문 대표와 친노(친노무현)계의 손을 들어준 졸작 협상이고 굉장히 위험한 방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이후 2004년 4·15총선만 빼고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전승했는데 전패한 야당의 프레임에 걸려든 것”이라고 가세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하는 시점인데 (김 대표는) 야당 대표가 먼저 보자고 했어도 거절했어야 했다”고도 했다.

최고위에 불참한 서청원 최고위원 역시 잠정 합의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제3의 길’, 즉 오픈프라이머리 대안 마련을 강조했던 원유철 원내대표도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김 대표를 향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비교적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란=안심번호 국민공천제란 휴대전화 사용자의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임의의 임시번호인 ‘안심번호’를 통신사로부터 제공받아 지지후보를 조사하는 방식이다. 안심번호를 통해 조사 대상자에게 후보자 선출 참여 여부, 지지 정당·후보자 등을 묻는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도입하려면 이동통신사업자 약관 개정 등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