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와 경제난 등 외우내환이 겹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내부에서조차 올해 1월 취임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80) 국왕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븐사우드(1876∼1953) 사우디 초대국왕의 손자인 한 왕자는 이달 초 가디언에 보낸 편지에서 “살만 왕은 지금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며 실질적으로 왕의 아들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30) 왕자가 통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많은 2세대 왕자들(초대국왕의 아들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4∼5명의 2세대 왕자들이 모여 조카들과 함께 향후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초대국왕인 이븐사우드는 이미 사망한 2∼6대 국왕을 포함해 총 37명의 아들을 뒀으며, 7대 국왕인 살만 국왕은 25번째 아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메카 인근 미나에서 최소 769명이 숨진 대형 압사사고로 인한 이란과 사우디의 대립이 양국 최고 권력자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번졌다. 이란의 알리 라리자니 의회의장은 “사우디가 성지순례 관할권을 이슬람협력기구(OIC)로 넘겨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사우디는 국왕을 ‘성지(메카·메디나)의 수호자’로 칭해왔다. 반면 칼리드 알사우드 사우디 왕자는 트위터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사탄의 대변자’라고 맹비난했다.
사우디가 압사사고 사망자 숫자를 축소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파키스탄 여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의 타리크 파잘 쇼드리 의원은 28일 “사우디 정부가 신원 확인을 위해 외국 외교관들에게 사망자 사진 1100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무장관도 전날 “사우디가 1090명의 사망자 사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종선 기자
왕가 내부서 ‘국왕 퇴진’ 목소리… 심상찮은 사우디
입력 2015-09-30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