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하와이 쪽빛 유혹, 中 하이난의 숨겨진 매력

입력 2015-10-01 02:54
'동양의 하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하이난 남부 산야만 해변은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야자수가 늘어선 리조트 앞으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다. 24㎞에 이르는 백사장은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다.
하이난 전통문화와 역사를 담은 '송성가무쇼'에선 객석의 관객과 배우가 함께 어우러지고, 특수효과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하이난 전통문화마을 '빙랑빌리지'에서 리족 전통 의상을 입은 직원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소수민족의 생활 풍습을 경험할 수 있다.
자줏빛 노을에 물들자 해변은 사방(四方)이 무한한 '무대'로 변했다. 노을을 감상하러 해변에 나온 사람들의 실루엣은 수평선을 배경으로 한 '그림자 인형극'을 연상케 했다. 우리나라 부산 해운대(1.6㎞)의 10배가 넘는 길이(24㎞)의 백사장은 그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았다. 고층 빌딩에 포위된 도심(都心)에선 볼 수 없는 휴양지만의 풍경이다. 중국 하이난(海南)은 이제 지나간 것만 같은 '여름의 낭만'을 다시 붙잡을 수 있는 탁월한 선택지다.

하이난은 국내 여행객들에게 아직 낯설지만, 천혜의 자연 경관으로 '동양의 하와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중국 부호들은 10여년 전부터 앞다퉈 하이난에 개인 별장을 짓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세도 10배 이상 폭등했다. 하이난 남부에 위치한 산야국제공항을 나서는 순간 펼쳐지는 야자수 풍경은 어느 남국(南國)의 휴양지와 마찬가지로 평온함을 선사한다. 산야국제공항은 산야·아롱만(灣) 등 해안 지역과 차로 1시간 이내에 오고갈 수 있다.

◇리조트 선택에서 시작하는 여행=하이난 여행은 어떤 리조트를 선택하느냐에서 출발한다. 리조트는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남국 여행의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된다. 하이난 남쪽 해변에는 리츠칼튼, 힐튼, 하얏트, 메리어트 등 세계적 호텔 체인을 비롯해 중국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200개가 넘는 리조트가 문을 열었다. 시설에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하이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리조트 전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남중국해의 푸른 바다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면 ‘풀만 오션뷰 산야베이 리조트&스파(Pullman Oceanview Sanya Bay Resort & Spa)’가 합리적 선택이다. 산야만 해변을 코앞에 두고 있는 이 리조트는 산야국제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409개의 객실에는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발코니가 갖춰져 있다. 해변에 가려면 전용 출입구로 3분 정도 걸으면 된다. 백사장에 타월은 물론, 투숙객을 위한 전용 선베드가 마련돼 있다. 수영복과 여유로운 마음가짐만 챙기면 언제든지 바다를 즐길 수 있다.

리조트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편의시설을 한 곳에서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맹그로브 트리 산야 리조트(Mangrove Tree Sanya Resort)’는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3700여개에 달하는 객실은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리조트 내 식당만 71개에 이른다. 한식과 더불어 중국 일본 태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요리를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리조트 한 가운데엔 가족·연인과 즐길 수 있는 워터파크가 자리 잡고 있다. 괌이나 사이판 리조트의 소규모 워터파크를 상상하면 오산이다. 저녁에는 워터파크 한 가운데에서 쏟아지는 폭포를 스크린 삼아 영화가 상영되기도 한다. 중국 남부에서 가장 큰 규모(1만9173㎡)의 연회장은 글로벌 기업의 세미나, 연예인 팬 미팅 장소로 인기가 높다.

◇송성가무쇼, 원숭이섬…다채로운 볼거리=리조트 안에 머물기 지루하다면 시내로 나가보자. 산야만 일대 리조트에서 택시로 20∼30분을 달리면 서울 명동거리를 연상시키는 번화가 ‘푸싱지에’에 도착한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우리에게 친숙한 패스트푸드 매장 사이로 수공예품을 파는 가판대가 500여m에 걸쳐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다. 진주·돌·나무 등을 가공해 만든 다양한 상품이 싼 가격에 관광객들을 기다린다.

도로를 달리는 스쿠터와 자동차의 무질서에 눈살을 찌푸릴 필요는 없다. 현지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스마트폰 ‘맛집’ 검색에 몰두하던 일상은 잠시 잊고, 눈에 들어오는 현지식당에 과감히 발을 들여 보자. 혀끝에 닿는 낯선 식감은 자신이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 없는 자유로운 장소에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하이난에서 절대 놓쳐선 안 될 한 가지를 꼽자면 바로 ‘송성가무쇼(천고정쇼)’다.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謀)가 중국 5곳을 배경으로 각 지역의 특색을 담아 연출했다. 하이난도 그 중 한 곳이다. 송성가무쇼에는 ‘중국 사람이라면 일생에 한 번은 꼭 봐야하는 쇼’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약 1시간 동안 하이난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담은 5개의 짧은 단막극이 차례로 펼쳐진다. 객석이 좌우로 움직이고, 바닥에서 꽃잎이 솟아나는 특수효과는 좌석을 꽉 채운 관객 2000명이 끊임없이 탄성을 내뱉게 만든다. 중국어로 진행되지만 아이들도 내용을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하이난 전통문화에 호기심이 생겼다면 ‘빙랑빌리지’도 들를 필요가 있다. ‘빙랑빌리지’는 하이난이 본토의 한족과 융화되기 전부터 살고 있던 리족이나 마오족 등 소수민족의 생활 풍습을 경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마을이다. 빙랑빌리지 안에선 전통 복장을 입은 리족 여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몸과 얼굴에 직선·곡선으로 이뤄진 문신을 새기는 전통이 있다. 보통 15세 전에 얼굴과 전신에 문신을 한다. 리족 여성이 우리의 베틀과 같은 직조기로 짜낸 형형색색의 천은 5000위안(약 93만원)이 넘는 값에 팔릴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곳에선 매일 오전·오후에 두 번씩 리족과 마오족의 생활 풍습, 결혼 문화 등을 소개하는 공연이 열린다. 공연 도중 배우들이 객석에 다가와 관광객들의 귓불을 만져도 당황할 필요 없다. 이는 ‘당신이 마음에 든다’는 뜻을 담은 리족의 전통 관습이다.

야생원숭이 2800여마리가 살고 있는 ‘원숭이 섬’도 하이난의 볼거리 중 하나다. 원숭이 섬은 산야만에서 북동쪽으로 약 110㎞ 떨어진 능수현에 위치한다. 섬에 들어가기 위해선 입구에서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케이블카를 타는 7∼8분 동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푸른 해변과 수상 가옥들의 풍경을 감상하는 건 원숭이 섬을 찾는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다.

원숭이 섬에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원숭이에게 손가락질을 하거나 눈을 마주치면 싸우자는 의미다.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가방을 여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먹이를 주는 걸로 착각한 원숭이들이 달려들 수 있다. 이 정도만 주의하면 섬 곳곳에 살고 있는 원숭이들의 익살스러운 재롱을 즐기는데 문제없다.

하이난=글·사진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