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헬기 정비 사업 뒷돈 5억 꿀꺽 ‘검은 투캅스’

입력 2015-09-30 02:30
“경사님, 편의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헬기정비업체 M사 배모(37) 대표는 지난 3월 자신의 BMW 차량 안에서 경찰청 항공정비대 A경사(35)에게 이렇게 말하며 현금 4000만원을 건넸다. A경사는 2012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배씨로부터 모두 아홉 번에 걸쳐 1억2050만원을 받았다. 금품의 절반은 경찰청 항공운영계 B경사(42)에게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의 ‘검은 거래’는 2012년 4월 시작됐다. 배씨는 A경사에게 “경찰청 헬기정비 용역을 수주하게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A경사는 그를 B경사에게 소개했다. 자재관리 담당인 A경사는 배씨 측 부품이나 정비에 하자가 발견돼도 눈감아주고, 발주업무 담당인 B경사는 일감을 몰아주거나 제시액을 그대로 견적액에 반영키로 업무를 분담했다. 배씨는 대가로 경찰청 계약금액의 10%를 이들에게 주기로 했다.

발주업무를 맡아 ‘갑’의 위치에 있던 B경사는 “항공과 행사와 물품구입에 필요한 돈을 지원해 달라”며 배씨에게서 따로 돈을 챙겼다. 2012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36차례에 걸쳐 3억734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B경사는 일감 몰아주기 외에 다른 용역 업무도 마음대로 주물렀다. 그는 지난 5월 가구중개업체에 불과한 배씨 소유 D사가 싱가포르 헬기정비업체인 S사의 한국 지사인 것처럼 공문서를 허위 작성해 경찰청 감사담당관실에 제출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A경사와 B경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배씨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초 B경사가 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만 밝혀내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경찰은 당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계좌 압수수색도 벌이지 않았다. 검찰이 배씨와 B경사를 구속하는 등 추가 수사한 결과 모두 45차례에 걸쳐 5억원에 달하는 금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B경사가 지난 5월 비리 혐의로 일선경찰서로 좌천된 후 A경사가 공범인 사실을 모르고 그를 후임 자리에 배치하기도 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22일 “(경찰 수사가) 결론적으로 굉장히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제 식구 감싸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