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日은 과거, 中은 현재를 보면 길이 보인다… 美·中·日에서 찾는 미래 투자 아이디어

입력 2015-09-30 02:19

현재 한국의 경기 흐름은 1990년대 초 일본과 비슷해서 당시 일본의 소비 패턴을 들여다보면 지금 국내에서 유망한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또 지금 중국의 소비를 주도하는 바링허우(80後·1980년 이후 출생) 세대는 한국의 X세대와 비슷하기 때문에 90년대 이후 한국의 트렌드를 통해 중국 소비 시장의 향방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일본의 과거로부터 배운다=서울 여의도 증권가에는 지일(知日) 열풍이 불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과거 일본 불황기의 징후들이 지금 국내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걸어온 길에서 향후 투자 전략을 찾는 것이다.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잃어버린 10년’ 동안 일본 토픽스지수는 40% 하락했지만 제약·식품·소매·정보통신 등 일부 업종은 토픽스 대비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다. 당시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거나 기술·가격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업종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신영증권은 “불황을 맞아 실속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부(富)를 축적한 일부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이어졌고, 1인 가구 증가로 삶의 질을 중시하는 패턴이 나타났으며, 인구 노령화로 노년층과 유년층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강했다”고 설명했다.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운영) 세븐앤아이홀딩스(편의점업체) 도호(영화배급사) 시마노(산악자전거 제조사) 등이 불황기 소비 특성에 호응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과거 일본의 소비 양극화 현상은 최근 한국의 ‘작은 사치’ 트렌드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일본에서 단카이세대(일본 베이비부머) 부모의 부를 물려받은 단카이주니어나 세레브(명품족) 오타쿠(특정 취미에 몰두하는 사람)가 개인주의적 소비를 주도했다면 지금 한국에선 자신이 즐기고 원하는 것에 한해 최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포미(For me)족’이 작은 사치에 나서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져도 애견용품이나 고가의 자전거·오디오·피규어 등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는 것이다.

◇X세대를 보면 바링허우가 보인다=일본의 과거에서 오늘의 국내 시장 투자 전략을 도출하듯, 한국의 과거에서 내일의 중국 시장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 소재용 연구원은 “현재 중국의 소비를 이끌어가는 바링허우와 유사한 경제 여건이나 생활환경을 공유하는 한국의 연령층은 90년대의 X세대”라며 “X세대가 공유한 경험은 앞으로의 중국 소비 시장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이후 한국에선 신기술의 진보와 맞물려 소비의 소프트화가 전개됐고,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 습득으로 로컬 브랜드의 성장이 빨라졌으며, 거품을 빼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성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 시장에선 필수 소비재보다는 문화·미디어·헬스케어 등 선택적 소비 영역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의 신세대들도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성향이 강화될 경우에는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나 가격 경쟁력을 가진 상품이 아니라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소비자 트렌드 ‘FAST’에 투자하라=미국의 최신 소비 트렌드도 향후 투자에 꿀처럼 달콤한 팁이 될 수 있다. NH투자증권 조연주 연구원은 “공짜로(Free) 앱(App)으로 쉽게(Simple) 바로(Timely) 제공해주는 기업을 선호하는 ‘FAST’가 미국에 널리 전파된 트렌드”라며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넷플렉스(Netflix), 모바일 차량예약서비스 우버(Uber),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 배송서비스 쉽(Shyp)과 인스타카트(Insta Cart) 등을 그 사례로 소개했다. 조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유플릭스, 카카오택시, 쿠팡의 로켓배송 등 FAST를 충족시키는 변형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