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8일 부산에서 단독회동을 갖고 내년 총선에서 적용할 공천 방식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한다.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방안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강구키로 합의한 것이다. 안심번호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합의 처리키로 했다. 안심번호 제도는 당내 경선에 필요한 여론조사를 할 때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임의의 가상번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의 단점인 역선택이나 동원선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다. 한마디로 ‘전화 오픈프라이머리’의 도입이다.
김 대표가 주장한 오픈프라이머리와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내놓은 안심번호 공천제를 절충한 것이다. 다소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양 대표가 의견을 모은 건 여기까지다. 그 후속 조치는 모두 정개특위로 넘겼다. 따라서 안심번호 부여 대상, 선거인단 구성 방식과 규모, 역선택 방지 방안 등 구체적 사안은 정개특위에서 마련해야 한다. 궁지에 몰린 두 대표가 서로 필요한 부분만 주고받는 나눠먹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총선 룰에 대해서는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 등 선거제도, 국회의원 선거구획정 기준,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 등 현안에 대해 전혀 성과를 보지 못했다. 두 대표의 회동 결과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당 대표들이 만났으면 어떻게 하든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야 했는데 각자의 주장만 반복하고 빈손으로 헤어졌으니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당 내부의 반발 분위기다. 회동 다음 날인 29일 김 대표가 소집한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는 친박계가 대거 불참한 채 진행돼 조직적 반발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친박계인 조원진 원내 수석부대표가 “문 대표의 손을 들어준 졸작 협상을 했다”며 김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나섰으니 당 모양새도 우습게 됐다. 30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친박·비박계의 일전이 벌어질 게 뻔하다. 야당도 문 대표를 흔들려는 비주류 진영의 반격이 예상돼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여야의 계파 싸움에 진절머리가 난다.
[사설] 金·文 대표 회동 다소 진전은 있었으나 초라하기만
입력 2015-09-30 0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