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삐걱대던 ‘KF-X 사업’ 靑에 왜 보고 안했을까

입력 2015-09-30 02:40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사진)사업과 관련, 미국의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기술 이전 거부 사실을 청와대에 과연 보고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8조원이 넘는 대규모 국방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사안을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사안만 가지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대면)보고할 필요까진 없다고 (방사청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미국 정부가 기술 이전을 거부했지만 추후 협상이 남아 있어 최종 마무리한 뒤 정리된 내용을 보고하는 게 낫다고 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4개 핵심기술 이전이 어렵다는 것을 통보한 것은 지난 4월로, 당시 방사청과 미 정부는 이를 포함한 25개 기술 이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4개 기술을 제외한 나머지 21개 기술은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

방사청은 아직까지 청와대 보고 여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한 방사청 관계자는 “주요 사업인데 정상적인 보고 통로를 통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대통령 대변보고는 없었지만 청와대 관련 부서에는 보고했다는 뉘앙스의 설명이다.

통상 국방관련 주요 사안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산하 국방비서관을 거쳐 계통을 밟아 청와대 상부로 보고된다. 문제의 4개 핵심기술은 이번 사업의 성공 여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만약 청와대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고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면 방사청의 중대과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알았는데 들끓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청와대가 조사에 나선 것이라면 책임전가에 해당될 수도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조사에 나선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이 부서는 청와대 내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찾아내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한편 방사청은 추석 연휴 기간 미국과의 기술이전 협상 상황 등에 대한 상세보고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