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시동 켠 KIAF, 변신 성공할까

입력 2015-09-30 02:10

한국 최대의 미술 장터인 제14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이하 키아프)가 내달 6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6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화랑협회는 지난 3월 박우홍 회장(동산방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처음 주최하는 이번 키아프에서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국제적 행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근본적 개선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도=29일 화랑협회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홍콩바젤아트페어를 벤치마킹해 우수고객(골드VIP·VIP)과 일반 고객을 구분한다. 프리뷰 자체를 참여 화랑이 초청한 VIP 고객에게만 개방하고, 7∼11일 본 행사 기간 중에도 VIP 관람과 일반 관람의 시간대를 달리했다.

기업을 메인 스폰서로 끌어들인 것도 처음이다. 올해 주빈국이 일본인 점을 고려해 한·일 양국에 걸쳐 기업 활동을 하는 롯데그룹 계열 롯데백화점의 후원으로 일본현대미술특별전을 개최한다. 일본에서 20개 화랑이 참여하며,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대표작가인 치하루 시오타, 일본 모노하의 대가인 기시오 수가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현황=2002년 시작된 키아프는 아시아에서 도쿄를 제외하고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다. 하지만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가 되겠다는 당초 취지는 갈수록 무색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베이징, 상하이, 타이베이, 홍콩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 아트페어가 생겨나 경쟁이 사뭇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시작된 아트HK(홍콩)는 2013년 스위스 아트바젤이 인수한 이후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2006, 2007년 미술시장 호황기에 해외 참가 화랑의 작품들이 매진되는 등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과거의 영광은 다시 오지 않고 있다. 시장의 침체와 함께 글로벌 페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해외 참가 화랑 수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마저도 지난해까지는 부스비(550만∼3000만원) 면제, 항공·호텔 제공 등 모셔오기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홍콩바젤 등 대부분의 아트페어에는 주빈국 제도가 없다.

◇제안=화랑협회 임원을 지낸 A화랑 대표는 “전국 화랑의 이익단체인 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현행의 운영체제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키아프 참가 기준을 강화해 역량 없는 화랑들을 걸러내야 하지만 지역 화랑들의 목소리가 높아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외국 화랑에 할당할 부스는 적고, 부스비도 쉽게 올릴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바젤홍콩의 경우 부스비가 5000만∼1억원 남짓이다. 화랑협회 회원은 서울 90개, 지방 40개 등 130개다. 회원사에는 부스비 20% 할인 혜택이 있다. B화랑 대표는 “일부 화랑은 작가에게 부스를 파는 등 부스 장사를 하기도 한다”며 “협회가 통제를 못해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메이저와 마이너로 이원화해 시기나 장소를 구분해서 여는 등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