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북한의 추가도발 억제와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하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북한 당국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 적절한 연설로 평가된다. 북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라도 도발을 강행할 경우 지난달 말 어렵게 조성된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의 도발 억제가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현안이다. 평화통일 구상과 함께 도발 억제 필요성을 강력히 피력한 박 대통령 연설은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것으로 생각된다. 박 대통령은 “평화통일을 이룬 한반도는 핵무기가 없고 인권이 보장되는 번영된 민주국가가 될 것”이라며 “70년 전 유엔 창설자들의 꿈이 한반도에서 완성될 수 있도록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이 북의 도발 공언을 비판하면서도 ‘도발 시 철저한 응징’ 발언을 생략한 것은 북을 괜히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옳은 판단이다.
유엔에선 박 대통령 연설과 별개로 북의 도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유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는 외무장관회의를 열고 북에 핵실험금지조약 서명과 핵실험 강행 포기를 요구했다. 5개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도 외무장관회의를 갖고 북한 추가도발 자제를 결의했다. 북한 도발이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라는 점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북한 당국은 추가 도발 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또다시 단절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과의 대화는 영영 물 건너가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북이 도발을 단념하고 남북이 합의한 당국자회담을 통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북이 평화의 길을 택한다면 우리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따른 각종 대북지원을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본다. 북이 추석날인 27일 평양방송을 통해 장거리 로켓 발사 의지를 재확인하고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대내용 수사(修辭)이길 바란다.
박근혜 정부의 북한 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가 북을 포위하는 듯한 형국에서 우리 정부는 북과 긴밀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공식회담도 중요하지만 투명성만 보장된다면 물밑 비공식 대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궁극적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당사국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남북한이다.
[사설] 유엔 창립정신이 한반도에서 실현될 수 있으려면
입력 2015-09-30 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