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기업들이 방미 중인 인도 총리에게 앞다퉈 인도 내 IT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중국 다음으로 큰 12억 인구의 인도 시장을 잡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를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내년 말까지 인도 철도역 500곳에 와이파이(무선인터넷)를 설치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인도 출신인 피차이 CEO는 “이번 철도역 와이파이 구축 사업은 모디 총리의 ‘디지털 인디아’ 정책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인디아는 모디 총리가 25만개의 마을에 고속 인터넷을 연결한다는 내용의 사업으로 18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입하게 된다.
구글은 올해 이용자가 많은 인도 철도역 100곳에 우선적으로 와이파이를 구축하고, 내년 말까지 400곳을 추가할 예정이다. 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모디 총리 고향인 구자라트 언어를 포함해 10여개 인도 언어를 추가할 계획이다. 앞서 피차이 CEO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모디 총리의 디지털 인디아 정책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다른 IT 기업들도 ‘인도 IT 투자’라는 선물 보따리로 화답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50만 인도 시골마을에 인터넷을 설치해주겠다고 나섰다. 비어 있는 TV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인터넷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칩 제조사 퀄컴은 인도 스타트업에 1억5000만 달러(1791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존 체임버스 시스코 이사회 의장은 인도에 교육시설을 확대키로 했고, 팀 쿡 애플 CEO 역시 인도에 아이폰 제조공장을 설치해 달라는 모디 총리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미국 IT 기업들이 인도에 ‘러브콜’을 보낸 것은 인도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인도는 현재 2억7000만여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만 전체 인구의 80%인 10억여명은 아직도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 IT 기업의 진출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형 시장인 중국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외국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해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구글 인도 마케팅 담당 산딥 메논은 “인터넷에 좋은 일은 구글에도 좋다”며 디지털 인디아 정책이 결국 자사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인도 시장 선점” 러브콜 보내는 美 IT기업들
입력 2015-09-30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