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추행 직원 무조건 해고할 수 없다”

입력 2015-09-30 02:29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적법한 조치일까. 법원은 이를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강제추행죄로 유죄를 받은 것이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대기업 H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직원 A씨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8월 근무복을 입고 술에 취한 채 길에서 만난 B양(당시 13세)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회사 측은 A씨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고 조치했다. A씨의 벌금형은 항소심에서 확정됐다. A씨는 “해고 결정이 너무 과하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다. 지노위는 “징계 양정이 적절하지 못하다”며 A씨에 대한 복직 판정을 명했고, 회사 측은 정식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와 회사의 고용관계가 사회통념상 계속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며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회사 측은 재판에서 “A씨의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면 회사의 대외신용도가 훼손돼 업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유죄 판결로 회사 신용과 명예가 실추된다는 것은 추상적인 주장”이라며 “동료 직원들은 A씨의 범죄 사실을 모르고 있고, 사건 이후 A씨의 업무 진행이나 협력업체와의 관계 등에는 특별한 변동이 없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측이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근로자를 일관되게 해고했다 하더라도 이 사정만으로 정당한 해고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