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이 다음 달 1일로 복원 10주년을 맞는다. 개발시대에 도심의 하천은 덮거나 가리고 그 위로 고가도로를 놓는 버려진 공간이었다. 청계천 복원은 죽은 공간을 살려내고, 도시 지도를 바꾼 ‘파격적 실험’이었다. 청계천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도심하천 복원’에 뛰어들었다.
2003년부터 2년3개월간 공사를 거쳐 다시 태어난 청계천은 1000만 서울시민의 ‘오아시스’로 자리매김했다. ‘맑은 시내(淸溪)’라는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나들이객의 놀이터, 데이트 코스, 관광명소로 서울시민의 삶 속 깊숙이 흘러들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10년의 세월은 몇 가지 ‘후유증’을 남겼다. 상권이 죽으면서 청계천 주변 상인의 생활은 나빠졌다. 송파구 문정동의 쇼핑단지 ‘가든 파이브’로 이주했던 일부 상인들은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구간별로 ‘온도 차이’도 크다. 초입인 청계광장∼수표교 구간엔 각종 프랜차이즈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노천 문화가 틀을 잡았다. 반면 관수교부터 이어지는 전자·전기 공구상가 구간에선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인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개발이냐, 재생이냐를 놓고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이 구간은 하천을 복원한 뒤 도로 폭이 좁아져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다.
생태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적잖다. 청계천은 정수 처리된 한강의 물과 지하수를 퍼 올려 상류에서 쏟아붓는 구조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데다 물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전기료 등으로 연평균 약 75억원을 쓴다. 이 때문에 ‘돈 먹는 하마’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인위적 복원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 일부 생태학자들은 청계천을 ‘생태하천’이 아닌 ‘거대한 어항’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2002년 민선 3기 서울시장 선거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을 선거공약 전면에 내세웠다. 이듬해부터 총 공사비 3876억원을 투입해 복원 공사를 시작했지만 첫걸음부터 삐걱거렸다.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밀어붙이다 보니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못해서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인공하천으로 분류되는 청계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추가 예산 투입을 놓고 찬반 논란에 휩싸여 있다.
또한 청계천 복원은 박 시장의 ‘서울역 7017’ 프로젝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역 7017’은 1970년 세워진 서울역 고가도로(남대문시장∼만리동)를 17개의 보도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박 시장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올해 하반기 철거를 적극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인근 상인과 시민 반발이 만만찮다. 서울역 옛 역사를 가려 경관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문화재청, 교통 혼잡을 우려하는 경찰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역 7017’이 ‘제2의 청계천’이라 불리는 이유다.
김미나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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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10년] 생태복원 획기적 실험… 아직까지 흐르는 논란
입력 2015-09-30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