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대구 수성갑 ‘시장 토크’] “야당 자체엔 관심없지만 당정 견제 필요성은 공감”

입력 2015-09-30 02:42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58년생 동갑이다. 각각 상대당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과 대구 수성갑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 외에 동료 정치인보다 지역구 민심에 유독 민감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20대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이들이 이번 추석 민심을 어떻게 읽었는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어렵게 공부시켜 (서울) 보내놨는데, 공무원시험 떨어지고 얼마나 안쓰러운지, 이런 부모 심정을 정치인들은 알기나 하는지….”

올해 추석 대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50대 남성이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사진) 전 의원에게 한 말이다. 김 전 의원은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를 전하며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 운을 뗐다.

김 전 의원이 전하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는 “일반적인 대구 시민들은 사실 야당 자체에 별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래도 ‘최소한의 민주주의를 위해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희망을 품었다.

문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당내 갈등이다. 김 전 의원은 “국민들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는데 (정치권은) 매일 자기들끼리 ‘싸움박질’이나 하니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상태는 거의 절망적”이라고 했다. 당내 갈등과 관련해 그는 “우리끼리 지지고 볶고 하는 게 국민들 보기에 정말 기가 막히지 않겠느냐”며 “자꾸 이렇게 멍들어버리면 국민과 우리 당 간에 믿음의 끈이 끊어지게 될까 가장 두렵다”고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영남권 주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여당에 대한 미움 때문에 (야당에) 표를 주는 시절은 이제 끝났다”며 “(대구 시민들에게) 사랑까지는 받지 못하더라도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한다’는 믿음조차 주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야권 일반에 대한 기대감이라도 있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버티겠느냐. 개인이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이 ‘기본’만이라도 해달라는 절박한 호소로 들렸다.

김 전 의원은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재차 주문했다. 그는 “야권은 분열하면 희망이 없다”며 “문 대표와 지도부가 범야권을 살리기 위한 리더십을 보여 달라”고 했다. 이어 전날 문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회담을 언급하며 “야권 신당 세력의 지도자들이나 다른 정파들과도 만나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했다.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요구한 문 대표의 부산 출마에 대해서는 “혁신위의 요구는 기득권을 버리고 살신성인하자는 정치풍토를 만들자는 것 아니겠느냐”며 “문 대표가 부산에서 김 대표와 붙는 것이 당 전체에 도움이 되느냐”고 다소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김 전 의원은 대구 시민을 향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늘 부끄럽지만 적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대구를 떠나는 젊은이들이나, (정치권에 대해) 좌절하는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내년에는 정말 ‘기분 좋은 변화’를 만들어 달라”며 “정치생명이 다할 때까지 온몸을 던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