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전남 순천·곡성 ‘막걸리 토크’] “농산물 가격 폭락 더 걱정… 요직 영남 독점 부글부글”

입력 2015-09-30 02:44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58년생 동갑이다. 각각 상대당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과 대구 수성갑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 외에 동료 정치인보다 지역구 민심에 유독 민감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20대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이들이 이번 추석 민심을 어떻게 읽었는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정치권 논의보다 농산물 가격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새누리당 이정현(사진) 최고위원은 올 추석 연휴에도 지역구인 전남 순천시와 곡성군의 마을회관, 시장 등을 돌면서 주민들과 ‘막걸리 토크’를 했다. 이 최고위원은 2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전례 없는 풍작에도 기뻐하기는커녕 곡식, 과일 가격이 폭락할 것을 우려하는 지역민심을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정치권만 벌써 총선 논의로 시끄럽지만 지역경제가 극도로 어렵기 때문에 주민들은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선거구 획정과 관련, 농어촌 지역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역은 넓은데 사람이 적다고 의원 수를 줄이면 농어촌 현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반영되겠느냐는 목소리와 함께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농촌 지역구가 줄지 않도록 하라는 주문이 있다”고 말했다.

또 호남 지역 특성상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과 신당 창당에 대해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 최고위원은 “정치권 이슈 중 야당의 분열에 대해 관심이 다소 많았지만 어떤 게 옳은지에 대해 아직 판단을 못하고 있는 혼돈의 상태”라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보다 좋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중국 등 주요국 외교정책에 대한 평가는 기대 이상의 호평이 많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영남 기반 정당 출신의 한계도 실감한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여전히 지역주민들이 호남 인재 등용 문제에 대해 많은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근혜정부 들어 영남 출신 인사의 핵심 요직 등용이 두드러지고 있는 데 대해 호남 민심이 썩 좋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해 18년 만에 호남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 최고위원은 1호 법안으로 공직 인사에서 지역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인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 ‘지방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최고위원은 인사 문제 등이 ‘지역감정’으로 번지지 않기 위한 해법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다. 그는 “지역주민들은 취업이 어려워 자녀를 객지로 보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호남의 경우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가 미비해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이슈에 대해서도 관심이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서남해안 관광특구 지정과 카지노·면세 산업을 키울 경우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했다.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따른 보완책으로 미곡종합처리장(RPC) 저온창고 등에 대해서도 농업용 전기료가 부과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