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프린터, 인간형 로봇, 얼굴인식기, 이동식 화상통화기. 여기가 금융회사 본사가 맞는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의 BNP파리바 카디프 본사에 한국 취재진이 들어서자 디지털 기기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19세기 설립돼 세계 75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금융기업인 BNP파리바의 보험부문 본사인 이곳에는 디지털 기술과 금융산업을 결합시키는 새로운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고객의 차가 고장났다고 생각해봅시다. 보험사 직원이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지금까지는 보상금액을 조정하고 정비업체와 연결해주는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3D프린터를 들고 있다면 어떨까요. 고객에게 필요한 자동차 부품을 현장에서 만들어서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집 열쇠를 잃어버린 고객에게 바로 열쇠를 만들어줄 수 있지요. 보험사 입장에선 비용을 더 적게 들이고도 문제는 더 빨리 해결하고, 고객 만족도는 더 높이는 방법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꿈꾸는 보험의 미래입니다.”
디지털과 금융의 결합은 유럽 사회의 저금리·고령화 추세 때문에 더욱 빨라지는 듯 보였다.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이든 고객에게 맞춘 상품 개발과도 연결된다.
얼굴과 팔다리를 갖춘 인간형 로봇이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 부문 최고책임자인 그레고리 디포스씨는 디지털실험실인 ‘카디프랩’에서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는 로봇을 집어 들었다. “노인 가입자를 위해 이런 도우미 로봇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평소에는 노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만약 노인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거나 가스레인지의 불이 켜져 있다거나 하면 즉시 외부에 연락을 취합니다. 위험을 미리 알아내 사고를 막으면 고객도 보험사도 이익이죠.”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사물인터넷(IoT)과 주택 보험을 결합, 화재·홍수·정전 같은 재해를 건물에 설치된 센서로 감지해 고객과 보험사 콜센터에 알려주는 화재보험이 이미 나와 있다.
영국에서는 자동차 보험 가입자에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전자의 성향을 분석한다. 빅데이터와 분석 자료를 결합해 안전운전 성향이 높은 가입자에게는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운전 습관 자동차 보험(Pay How You Drive!)’이 그것이다.
카디프랩을 둘러본 한화생명 김상길 부장은 “한국 보험업계도 태블릿앱 가입 고객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종이서류가 없어지는 등 디지털 분야에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여겼는데 기존의 범주를 넘어선 발상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핀테크 활용은 크게 3가지 방향이었다. 모바일 기기와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결합한 고객 생체리듬 관리, IoT를 활용한 스마트홈 솔루션, 빅데이터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접목한 맞춤형 서비스 등이다. 통합고객관리 시스템과 종이 없는 다이렉트 보험 가입은 기본이다.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보험사인 크루들(Kroodle)은 실명 확인 없이 페이스북 계정을 상대로 학생보험과 여행자보험을 판매한다. 미국에서는 오스카라는 스타트업에서 스마트폰으로 고객의 하루 운동량을 체크, 목표를 달성하는 고객에게는 하루에 1달러씩 보상해주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파리=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고령화·초저금리 시대를 사는 유럽 금융 현장을 가다 (하)] 3D프린터에 인간형 로봇까지… 보험사 맞아?
입력 2015-09-30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