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송모(43·여)씨는 힘든 여름방학을 보냈다. 바뀌는 교육과정 탓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월 30만원의 ‘코딩 과외’를 시작했다. 영어 선행학습을 위한 자유학기제 대비반을 알아보러 학원가도 돌아봤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들이 ‘통합과학’에서도 뒤처질까 걱정이다. 송씨는 “다른 엄마들과 통합과학 선행학습 방안을 찾고 있다.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2009’ ‘2011’에 이어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또 새판이 펼쳐졌다. 교육이 ‘백년대계’란 말은 무색해진 지 오래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과정과 대입제도가 만든 ‘불안감’은 사교육 시장을 폭주하게 만드는 연료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오리무중’=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점은 2021학년도 수능의 ‘룰’이다.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2017년 발표할 예정이다. 어떤 과목을 치를지,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난이도는 어떤지 등 결정된 게 없다. ‘가르치는 방식’(교육과정)은 공개됐지만 ‘평가 방식’(대입제도)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사교육 시장이 이런 혼란을 놓칠 리 없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라” “교육부 얘기대로 수능 3년 전인 2017년부터 대비하면 뒤처진다” 등으로 현혹할 가능성이 크다. ‘대입 레이스’는 빠르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된다. 어떤 중·고교에 진학할지는 대입 전략의 한 부분이다.
현재 중학교 2학년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한 차례 실패하면 완전히 다른 대입제도에 적응해야 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는 “사교육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만든 스토리와 상품으로 학부모들의 두려움을 공략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수능 개편안을 발표해야 혼란이 줄어든다”고 꼬집었다.
◇미지의 영역 ‘통합사회·과학’=문·이과 통합의 핵심인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교육 당국조차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무엇을 배울지, 얼마나 어려울지 알 수 없지만 내신과 수능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두 과목에 대해 “중학교 때 배운 수준에서 약간 심화해 통합해 가르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실제 난이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송인수 공동대표는 “통합과학의 경우 2∼3학년 과정 4과목(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의 일부를 떼어 (1학년 때로) 전진 배치한 것이라 학생들이 수학보다 어려운 과목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통합 자체로 학습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예컨대 지구과학 과목에서 하나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노력을 ‘1’이라고 가정하자. 새 교육과정에선 이 개념을 화학의 다른 개념과 연결해 배운다. 화학 과목의 해당 개념을 익히는 데 필요한 노력도 ‘1’이라면 종전에는 ‘2’ 정도만 노력하면 됐다. 반면 통합되면 심화 수준에 따라 ‘3’이 될지 ‘4’가 될지 예측이 어렵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물수능’ 기조로 국어·수학·영어의 변별력이 줄어들면 통합사회·과학이 승부처가 된다”며 “두 과목에 대한 정보가 없어 선행학습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난무하는 ‘교육실험’=새 교육과정에는 내년에 전면 시행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편성·운영지침이 담겼다. 한 학기 동안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체험 중심의 교과 활동을 한다는 구상이다. 사교육 시장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일부 업체는 상위권 학생에게 선행학습을, 중·하위권 학생에게 복습을 시키는 ‘자유학기제 특별반’을 내놓기도 했다. 초등학교부터 강화되는 소프트웨어교육에 대비하는 ‘코딩 과외’, 인성평가에 대비한 컨설팅 업체도 성업 중이다.
정부는 이런 영업 행태를 중단하라고 학원업계에 요구하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학원의 비정상적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강력한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지난 2일 중학교 자유학기제로 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장하거나 인성교육진흥법을 과장하는 행위를 자제하기로 결의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정부가 채찍을 들어도 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 몰리는 걸 말릴 수 없다. 물을 흐리는 일부 사교육 업체는 확실하게 퇴출시켜 질서를 바로잡고, 대입에서 최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수민 이도경 기자 suminism@kmib.co.kr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말한다] 2021학년도 수능 ‘룰’ 오리무중… 학생·학부모 불안
입력 2015-09-30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