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적대 말고 화합하라” 각국 지도자들에 역설

입력 2015-09-26 02:05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저녁 미사를 위해 뉴욕 맨해튼의 간선도로인 5번가를 따라 성 패트릭 대성당까지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환호하며 휴대전화로 교황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 나온 초등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마치고 뉴욕으로 이동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 유엔총회 연단에 섰다. 각국 지도자들 앞에서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난민 위기, 기후변화 대응, 종교 극단주의 등에 맞서 약자를 보호하고 평화를 위해 하나 되는 용기를 촉구했다.

이틀간 이뤄진 두 차례의 역사적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류와 사회가 직면한 주요 현안에 대해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선명한 입장을 제시했다. 세계 가톨릭교회의 얼굴이자 종교계의 큰 어른으로서 종교와 인권, 환경, 난민, 정치 등 각종 이슈를 막론하고 사회적 불평등으로 상징되는 불의를 경계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정의를 실현할 것을 강조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난민 위기에 대해 교황 자신 역시 이민자 가정의 아들임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이민자들의 제국’임을 상기시키면서 “과거(유럽 이민자들과 원주민들의 충돌과 같은)의 비극과 오류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이민자에 대한 포용을 호소했다.

또한 모든 종교에 걸쳐 이념적 극단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종교나 이념, 체제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에 단호히 맞설 것”을 촉구했다. 선과 악의 흑백 논리를 경계하고 극단주의로 말미암아 중동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인도주의적 비극에 함께 맞설 것을 강조했다. 사형제 폐지나 기후변화 같은 환경 문제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정치 사안에 대해서도 진보적 방향성이 뚜렷한 발언을 쏟아냈다.

유엔총회 연설 전날인 24일 저녁 뉴욕에 도착한 교황은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헬기로 맨해튼까지 이동한 뒤 뉴욕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교황은 맨해튼 남부 월스트리트에서 성 패트릭 대성당까지 퍼레이드를 하면서 대낮부터 그를 기다리며 대로변을 메우고 있던 수천명 시민들의 환호에 답했다.

성 패트릭 대성당에서는 2500명의 성직자와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저녁 미사를 집전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발생한 성지순례(하지) 참사와 관련해 위로와 연대를 전했다. 교황은 “메카에서 발생한 비극을 마주하며 교회가 (무슬림들과) 가까이 있음을 나타내고 싶다”면서 “이 기도의 시간, 전능하고 자비로우신 하느님과 함께 나는 (여러분 모두와) 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총회 연설을 마친 뒤에는 9·11테러 희생자 추모 박물관을 방문하고 유족을 만났다. 뒤이어 흑인·히스패닉 거주민이 많은 맨해튼 북부 할렘의 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이번 뉴욕 방문 일정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매디슨 스퀘어가든 및 센트럴파크 미사를 집전한다.

교황의 방문 동안 맨해튼에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수천명의 경찰이 거리에 배치돼 삼엄한 경계 작전을 벌였고 주요 도로 곳곳의 출입이 통제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