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美·中, 동전의 양면… 북핵·기후변화 한 목소리-해킹·남중국해 딴 목소리

입력 2015-09-26 02:52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며 비공식 만찬이 열리는 블레어하우스로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4일(현지시간) 저녁 백악관 영빈관에서 비공식 만찬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정상외교 일정에 돌입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회동으로 5번째 정상회담을 기록했지만 가장 껄끄러운 만남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두 정상은 북핵과 기후변화 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해킹과 남중국해 분쟁 등에 대해선 목소리가 갈렸다. 국제질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그만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미 공화당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국빈만찬을 취소하라고 요구할 만큼 중국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래서 “협력과 갈등의 이중주를 보여주는 미·중 정상회담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북핵과 기후변화,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는 합의=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에 대해서는 두 정상이 의견을 같이했다. 북핵 문제를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어젠다로 다뤘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특히 두 정상은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강행을 시사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두 정상은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특히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이 탄소배출권제를 도입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하기로 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기후변화 정책에 힘을 실은 것이다. 양국 사이에 공중충돌 위험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도 양국 관계의 중요한 진전으로 풀이된다.

◇해킹과 남중국해, 인권 문제는 평행선=이번 정상회담 이전부터 타결이 쉽지 않은 쟁점들도 적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소행으로 의심하는 일련의 해킹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중국이 일관되게 해킹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 갈등을 빚었다. 평화 시 상대국의 핵심 인프라를 선제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이버 군축의 취지에는 양측이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해킹을 통한 기밀 유출과 지적재산권 침해 방지 등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자칫 양측의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 중인 인공섬을 두고 미국은 주변국을 위협하는 패권 확장 행위로 보고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2일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 “힘이나 강압이 아니라 평화로운 과정으로 해양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같은 날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주둔 기지 건설 공사는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와 안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상반된 주장을 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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