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미국인’ 링컨·킹목사 말고 두 명은 누구

입력 2015-09-26 02:06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미 의회 합동연설에서 ‘위대한 미국인’으로 4명의 이름을 언급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마틴 루서 킹, 도리스 데이, 토머스 머튼이었다.

이 가운데 데이와 머튼은 미국인도 별로 들어보지 않은 이름이었다. 이에 따라 구글에서 두 사람에 대한 검색량이 폭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데이는 미국 진보파의 존경을 받는 인물로,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대 가톨릭 노동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그녀가 만든 신문 ‘가톨릭 노동자(Catholic Worker)’는 아직도 발행되고 있다.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주의자이자 빈민과 노동자 계급의 고통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 데이는 여러 차례 체포되기도 했다. 주간지 타임은 1980년 그녀가 별세했을 때 “미국 가톨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우며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고 추도했다.

머튼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천주교 문인으로 꼽힌다. 트라피스트회(기도·침묵 등을 강조하는 엄격한 수도회)의 수사로 평화·인권애호자였던 그는 미국의 냉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머튼의 전기를 집필한 제임스 마틴 예수회 신부는 “교황은 여러 저명한 미국인을 놔두고 당시 교회와 마찰을 빚은 두 사람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데이는 교회로부터 천주교인으로 행세하지 말라는 경고까지 들었고, 머튼은 교회로부터 침묵을 강요받았다. 그는 “킹 목사를 포함해 세 사람이 몸으로 실천한 평화와 비폭력주의, 인권에 대한 헌신이 미국인들이 존중해야 할 근본 가치임을 설파하기 위해 이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P는 데이와 머튼 등이 평화주의를 주창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교황이 공화·민주당 전 의원들 앞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결국 이루지 못한 총기규제법안 입법화에 대한 필요성과 지지 입장을 암묵적으로 드러낸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