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고조되면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이라는 ‘벼랑 끝 강수’를 강행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적 고립을 불사하며 군사기술 개발에 매달려온 북한 특성상 이번에도 협상 대신 ‘칼’을 선택할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엔 과거 3차례 핵실험을 감행했던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새롭게 포착됐다.
다만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권력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부 결집용 ‘과잉 액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제1비서는 전 주민에게 특별격려금을 지급하는 등 전례 없이 ‘내치’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상업용 위성사진 판독 결과 풍계리 핵실험장 내 서쪽·남쪽 갱도에서 분주한 새로운 움직임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2·3차 핵실험이 실시됐던 서쪽 갱도에는 새로 굴착된 터널 입구에 4대의 대형 차량이 새롭게 주차됐다. 터널 입구는 위장막으로 가려져 있다. 이곳으로 이어지는 경비대 보안점검소에서도 이례적으로 많은 수의 차량이 발견됐다.
남쪽 갱도의 경우 2012년 이전에 굴착된 첫 번째 터널 앞 지역이 확장되고 평탄화 작업도 이뤄졌다. 남쪽 갱도는 그동안 한 차례도 핵실험을 하지 않아 유력한 4차 핵실험 장소로 꼽힌다. 인력과 장비를 관리하는 지원지역에서도 새로운 건물이 공사가 완료됐다. 이를 두고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38노스는 “새로운 움직임이 어떤 목적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유지보수 활동을 비롯해 4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라는 해석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곧바로 핵실험 절차에 착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핵실험은 북한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최고 수준의 위협이다. 다음 달 10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여부도 채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당장 핵실험 과정을 노출시킬 이유가 없다. 따라서 ‘최후의 카드’를 정비하기 위한 단순 유지·보수 수순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서해 동창리 발사장에서도 아직까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전략적 도발 수위를 높이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건 밖을 ‘떠보고’ 내부를 ‘다잡기’ 위한 다각도의 포석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압박 수준을 미리 가늠해보는 것과 동시에 내부를 결집하기 위한 용도란 것이다.
전체 주민에게 지급키로 한 특별상여금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전체 주민에게 월 기준 생활비의 100%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수여키로 했다. 과거 모포나 벽시계 등 물품을 지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전액 현금으로 나눠준다. 북한이 주민 다잡기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 소식통은 “김 제1비서에게 올해는 자신이 진정한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이슈분석] 풍계리 핵실험장 분주… 남쪽 갱도 평탄화 작업 끝내
입력 2015-09-26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