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사청, 무늬만 한국형 전투기 만들 계획이었나

입력 2015-09-26 00:53
초대형 국책사업인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방위사업청의 허점투성이 일처리로 중대한 차질을 빚을 위기에 처했다. 총 18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5년까지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완료한다는 게 KF-X 사업의 핵심이다. 그런데 방사청은 KF-X 개발에 꼭 필요한 핵심기술을 이전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해 록히드 마틴사와 가격 및 기술이전에 관한 계약을 맺어 화를 자초했다.

석연찮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당시 방사청은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기술 외에 체계통합 기술 이전까지 약속한 미 보잉사의 F-15SE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의 유로파이터를 탈락시키고 록히드 마틴의 F-35A를 차기 전투기로 선정했다. 그러면서 “기술 이전엔 문제가 없고,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이행 보증금을 몰수할 수 있는 강제수단을 확보했다”고 장담했었다. F-35A를 선정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말 못할 사정이 없지 않고서는 조건이 가장 나빴던 F-35A를 선정할 이유가 없다. 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청와대가 25일 방사청에 KF-X 사업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얘기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KF-X 사업에 만에 하나라도 비리와 부정이 개입했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이적행위에 다름 아니다. 사정당국의 수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방사청 관계자들에게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문제는 록히드 마틴이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KF-X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느냐다. 방사청은 “지난해 말부터 AESA 레이더 개발을 시작하는 등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사청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KF-X 사업을 방사청에 맡겼다 이 사달이 난 거다. 범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