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밤에는 우리 마음에도 쟁반만 한 팔월보름달이 뜹니다. 한 해 수확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푸짐하게 음식을 장만해서 가족, 이웃들과 맛있게 나눠 먹는 추석.
추석음식 하면 먼저 ‘송편’이 떠오르지요. 송편은 멥쌀가루를 반죽해서 콩이나 밤, 대추, 깨 따위로 ‘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어서 ‘솔잎을 깔고 찐 떡’입니다. 국어사전에 ‘편은 떡을 점잖게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습니다. 그럼 떡이 점잖지 않은 표현이라는 뜻이겠는데, ‘떡이 되다’ ‘떡진 머리’ ‘개떡’ 등처럼 떡이란 말에 좀 안 좋은 말맛이 있어서 떡이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일까요.
송편을 한자로 ‘송병(松餠)’이라고 했는데, ‘餠’은 예수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에게 먹였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에 나오는 그 ‘떡 병’자입니다. ‘병’이 ‘편’으로 음운 변화를 거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잔칫집에 가면 흰색, 녹색 등으로 토막토막 잘린 ‘절편’을 보게 됩니다. ‘절병(切餠)’에서 온 말이지요. ‘병’이 ‘편’이 된 것은 포르투갈어 ‘팡’이 맛있는 ‘빵’이 된 것과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까짓 기울 일만 남은 보름달, 반달 모양의 송편을 만든 속 넓은 조상들의 마음이 맛있는 송편 ‘소’에 가득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송편은 ‘松餠’… 솔잎을 깔고 찐 떡
입력 2015-09-26 02:06